로슬린 러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장은 “프랑스혁명 시기인 1789년경 자유와 평등, 저항권 등을 처음 언급한 프랑스 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민주주의, 인권 분야 기록물은 현재까지 14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5·18이 세계인권사에 한 획을 긋는 사례로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 세계인권사 나침반 된 5월 광주
광주시는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광주에서 열리는 2013세계인권도시포럼 특별회의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권기록물 소장기관 회의를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회의에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기록물 250여 개 가운데 민주주의나 인권 분야 기록물 14개를 관리 보전하는 문서기록보관소, 박물관, 도서관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민주주의나 인권 분야 기록물을 관리 보전하는 기관들이 유네스코 주최로 함께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회의에서는 세계기록유산을 알리고 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를 돌며 각국의 인권기록을 순회 전시하거나 함께 연구하는 토대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셀 위원장은 발표문을 통해 “14개 기록물은 잔인하고 독재적인 정치·군사정권이 저지른 학대나 인종, 남녀차별 등의 과정에서 생긴 참혹한 죽음, 인권침해를 설명하며 역경과 박해를 넘어선 인간승리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록물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고 인류의 양심과 기억의 일부분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일각에서 5·18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달거나 폄훼하는 시도가 있지만 5·18기록물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발전시킨 소중한 세계기록유산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재일 5·18기념재단 신임이사장(61·전남대 행정학과 교수)은 “세계가 5·18을 인정하고 있지만 유독 국내 일각에서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다”며 “5·18이 담았던 자유와 평등정신은 진보, 보수를 떠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만큼 국민통합 차원에서 폄훼 시도를 극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5·18기록물 어떻게 전시 보관되나
5·18기록물은 9개 주제로 기록문서철만 4271권(85만8900쪽)에 달한다. 흑백필름 2017컷과 사진 1733점, 영상 65점, 증언 1471명, 유품 278점, 연구물 411개, 예술작품 519개 등이 포함돼 있다. 1980년 5월 당시 국무총리실 등의 공문서, 군 작전문서 등도 있다. 또 계엄 상황일지, 군 상황일지와 5·18유공자들의 군사재판 과정을 담은 기록도 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이 만든 성명서와 5월 일기도 있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김영택(77), 최건 씨(74)가 쓴 취재수첩도 포함돼 있다.
5·18기록물은 광주 동구 금남로3가에 자리한 가톨릭센터를 2014년까지 개보수해 개관하는 5·18아카이브(기록관)에 전시 보관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설 옛 전남도청과 5·18 아카이브가 들어설 가톨릭센터 간 거리가 518m. 옛 전남도청과 가톨릭센터는 5월 광주의 아픔을 그대로 느꼈던 공간이다. 5·18아카이브 전체면적은 5742m²(약 1737평)이며 예산 297억 원이 투입된다. 5·18아카이브 지하 1층은 소극장, 지상 1∼7층은 방문자센터, 5·18기록물 전시. 세계도시들의 민주인권기록물 전시, 자유열람실, 시청각실, 수장고, 회의실 등이 들어선다. 이경률 광주시 인권담당관은 “5·18아카이브는 5·18 당시의 생생한 기록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록관이 돼 5월 정신 계승을 위한 교육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