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할 생각이나 있는 걸까.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 ‘착한부동산 골목바람’의 경영 원칙이다. 가게는 부동산 중개업소라기보다는 마치 조그만 카페나 마을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다. 내부에 ‘집은 인권입니다’라고 써놓은 큰 글씨가 눈에 띄었다. 가게 유리창에는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만화처럼 그려놓았다.
조희재 골목바람 대표(34)는 대학 졸업 후 사회복지사로 관악구와 경기 부천시 등에서 일하다가 2009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이를 살려 부동산을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고 2011년 4월 창업했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 올라와 신림동에서만 7, 8년을 살면서 집 문제 때문에 숱하게 고민했다”며 “그 경험을 살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 직장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착한 부동산’을 표방한 골목바람은 저소득 소외계층에게는 무료로 집을 구해준다. 또 일반 세입자에게서 받은 수수료의 3%는 세입자 명의로 지역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280만 원가량을 지역단체에 기부했다. 장애인, 미혼모, 다문화 가정 등 고객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중개를 해준다. 보통 계약을 마치면 중개업소와의 인연이 끝나지만 조 대표는 젊은 세입자와 꾸준히 만나며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 1인 가구여서 외로운 젊은 세입자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도록 ‘삼겹살 파티’ ‘맛집 탐방’ ‘영화 모임’ 등을 갖고 있다.
조 대표는 “지역에서 수십 년 뿌리내린 공인중개사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한다면 훨씬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우리 같은 부동산이 많이 생겨서 곳곳에 골목바람이 분다면 사람 냄새 나는 동네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예술·교육활동을 하며 지역에 뿌리내리는 마을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는 사회적 기업 ‘러닝투런’이 만든 ‘○○○간’이라는 공간이 있다. 따로 사용 목적을 정해두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쓰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창신동의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공장에서 버려진 조각 천들을 모아 소품을 만드는 작업, 골목 벽을 새로 칠하는 ‘오르막 페스티벌’, 한 달에 한 번 여는 미술 활동 ‘월간쇼’ 등을 진행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는 청년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지역의 버려진 공간을 공동의 문화적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빈곤, 위기 청소년을 위한 쉼터 및 문화공간을 조성한다. 공간을 함께 조성하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지역주민과 연대한다. 이 밖에 △지역사회 문화예술공동체 형성 사업 △주민 주체 마을축제 기획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주민 주도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함께 모이고(주민 모임, 마을카페 등), 함께 기르고 돌보며(마을복지, 공동 육아), 함께 먹거리를 찾고(마을생협), 함께 일자리를 만들고(마을기업), 함께 즐기는(마을축제, 마을문화) 활동 모두가 마을공동체 사업 대상이다.
문제의식과 의지를 가진 주민 3명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단순한 사업 구상만으로는 안 되고 일정 정도 자기자본을 마련하는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사업계획 작성이 어렵다면 마을상담사의 조언을 받아 제안서를 만들면 된다.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으로 예비 선정되면 200만∼3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얻어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함께할 지역 활동가 네트워크 등을 만들어 최종 심사를 통과하면 본예산을 지원받는다.
사업 내용에 따라 지원 규모는 다양하다. 부모 커뮤니티의 경우 3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매년 평가를 거쳐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사업별로 매년 2∼4회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전체 사업의 올해 심사 일정은 2월 초 공개될 예정이다. 사업 문의와 신청, 상담 등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www.seoulmaeul.org)로 하면 된다. 02-385-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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