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해롭다? ‘참이슬’의 음해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5일 03시 00분


“알칼리환원수 인체에 유해” 업소에 동영상 CD 퍼뜨려
하이트진로 직원 4명 기소

소주 ‘처음처럼’(롯데칠성)이 몸에 해롭다는 주장은 결국 ‘참이슬’(하이트진로)의 거짓말로 드러났다.

‘소주 전쟁’으로 불린 양사 간 다툼은 지난해 3월 한국소비자TV라는 영상제작업체가 만든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이 업체는 ‘정직한 목격자 시선’이라는 영상물을 만들어 유튜브 등에 올렸다. ‘처음처럼에 들어가는 알칼리환원수를 많이 마시면 위장장애, 피부질환을 일으킬 뿐 아니라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 제조방법도 불법으로 승인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한 남성이 처음처럼을 마신 뒤 배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도 있었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 영상물을 적극 홍보했다. 이 회사 영업본부장 황모 씨(56) 등 임직원들은 영상물이 유튜브에 오른 다음 날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비상대책위원회를 연 뒤 6620만 원의 예산과 50여 명의 영업직원을 동원해 홍보를 시작했다. 이들은 식당과 술집에 ‘저희 업소는 인체에 해로운 처음처럼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저희 업소는 불법 제조한 주류는 팔지 않습니다. 자연산 소주 참이슬만 취급합니다’ 등의 문구가 실린 현수막을 붙이게 했다. 이런 문구가 찍힌 스티커와 물티슈도 만들어 시중에 뿌렸다. 동영상을 3분 정도로 줄여 담은 CD도 퍼뜨렸다.

그러나 이 영상물 내용은 모두 과장이거나 거짓이었다. 처음처럼을 만드는 알칼리환원수는 정상적인 허가에 따라 길어낸 물을 전기분해 환원 과정 등을 거쳐 만든 pH(수소이온농도) 8.3 정도의 안전한 물이었고 제조과정도 적법했다. 영상물에 등장한 의사는 “pH 8.5 이상의 알칼리수를 지나치게 많이 마실 경우 생길 수 있는 일반적인 부작용을 언급했을 뿐인데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편집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석재)는 24일 거짓말이 담긴 동영상과 판촉물을 만들어 퍼뜨린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으로 하이트진로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동영상을 만든 한국소비자TV 시사제작팀장 김모 씨 등 2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한국소비자TV와 하이트진로 간의 공모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에 대해 “영업사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었지 본사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하이트진로#참이슬#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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