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이상 쌓인 눈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다. 한국봔트클럽 동계훈련대 대원 5명은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훈련에 한창이다. 쉼 없이 몰아치는 눈보라로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해발 1800m 한라산 장구목 능선 정상에 오르는 수직 벽은 얼음덩이로 변해 미끄러지기 일쑤다. 피켈(도끼 등의 역할을 하는 등산장비)로 찍어 겨우 발 디딜 공간을 만들었다.
정상에 오른 뒤에는 설사면을 내려가는 글리사드, 빙판을 하강하다 멈추는 제동 훈련 등이 이어졌다. 이 동계훈련대원들은 24일부터 28일까지 눈 쌓인 산에서 필요한 산악 기술을 연마했다. 윤길수 대장(54)은 “한라산은 눈보라, 눈사태 등에 대비하는 훈련이 가능해 국내에서 겨울철 산악 훈련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한라산 겨울 훈련을 거쳐야 해외 원정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라산 해발 1500m의 용진각 계곡에서 장구목 능선에 이르는 구간은 겨울 훈련을 하는 산악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구목 능선의 설사면과 변화무쌍한 기상조건 등은 히말라야와 비슷해 해외 등반을 준비하는 산악인들이 훈련 코스로 선호하고 있다. 국내 산악인들이 해외 원정을 가기 전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세계적 산악인 박영석, 엄홍길 대장도 모두 한라산을 거쳐 갔다. 20개 팀, 230여 명이 최근 훈련을 마쳤고 다음 달 초까지 추가로 10개 팀, 120여 명이 훈련에 나선다.
산악 훈련 도중 위험에 빠진 등산객을 실제로 구조하기도 했다. 한국산악회 전남지부 회원들은 24일 오후 용진각 부근에서 일행과 함께 한라산에 오르다가 탈진과 저체온 증세로 의식을 잃은 30대 여성 등산객 1명을 긴급 구조했다. 응급조치를 하며 2km쯤 떨어진 관음사 코스 삼각봉대피소로 이송했다. 이 등산객은 응급조치 덕분에 의식을 회복해 무사히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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