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보내달라” 2억 뿌린 포항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총장-입학처장 등 7명 기소
돈받은 고교교사 48명 적발… 보조금 5억도 가로채 유용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은 28일 정부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아 챙기고 교비를 횡령한 혐의(사기 및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로 포항대 하모 총장(70)을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이 대학 입학처장 김모 씨(49)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 대학으로부터 학생을 입학시켜 주는 대가로 1000만 원 이상을 받은 포항 경주지역 고교 교사 7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000만 원 미만을 받은 교사 41명은 경북도교육청에 징계를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하 총장 등은 2009년 4월부터 2011년 9월까지 학생 충원과 취업 실적을 부풀려 전문대 교육역량강화사업비 5억6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교직원 39명을 장학생으로 충원하거나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 입학원서를 작성한 뒤 미등록 제적하는 방식으로 학생 충원 수를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가로챈 보조금은 교수와 직원들 해외여행 경비나 목적이 불투명한 각종 수당 지급에 쓰였다. 이들은 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학 거래 업체에 물품 대금을 허위로 또는 많이 지급한 후에 현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 8억9000여만 원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비자금은 학교 설립자 가족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 총장 등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2월까지 학생 충원을 대가로 지역 고교 3학년 부장교사들에게 2억2000여만 원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지역 A고교 부장교사 한모 씨(58)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478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교사들은 받은 돈을 담임들에게 분배하거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병모 형사부 부장검사는 “대학 비리에 학생입학처와 학사운영처 등 전체 부서가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라며 “특히 대학과 교사들이 공모해 학생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죄질이 나쁜 사례”라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포항대#교비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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