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프트웨어 업체의 재무팀 과장 정모 씨(36)는 지난해 8월 인터넷에서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검색했다. 횡령·배임 범죄의 경우 금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가중영역에 포함돼도 권고형량이 최대 6년까지라고 나왔다. 그는 횡령죄로 처벌받은 대표적인 사례도 함께 검색해 범인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도 확인했다. 40억 원가량을 횡령한 뒤 자수하면 40대 중반 이전에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흘 뒤 정 씨는 회사가 거래하는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임원진에서 거래 증권사를 변경하기로 했다”며 회사가 보유한 모 회사 주식 53만여 주를 인출해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 7곳에 나눠 입금했다. 그 후 주식을 팔아 44억5771만 원을 챙겼다. 그러고는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이 돈 사용처를 묻자 “아버지 빚 갚는 데 사용했다”고만 답하고 입을 닫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황현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으로 기소된 정 씨에게 징역 7년과 벌금 40억 원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양형기준 및 사례에 비춰 40대 중반 이전에 형기를 마치거나 가석방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횡령금을 은닉한 뒤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벌금을 완납하기 전에는 가석방되지 않도록 피해액에 상응하는 벌금을 함께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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