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올림픽 체조 도마(뜀틀)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1·한국체대)은 지난달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서 차를 몰던 중 가슴 철렁한 경험을 했다. 양학선의 앞에서 직진 차로를 달리던 택시가 갑자기 좌회전 전용차로로 끼어들다가 승합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목격한 것.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2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양학선은 “뜀틀이나 운전이나 방심하면 화를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이건 나에게 익숙하다’는 자만심이 생길 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거였다. 그는 한순간의 작은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져 인생을 망치는 일부 운전자들처럼 체조 역시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라도 연습 도중 작은 실수 하나로 국제대회를 포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
뜀틀 앞에선 전 세계인을 숨죽이게 만드는 양학선이지만 운전은 면허를 딴 지 갓 1년 된 초보다. 정글 같은 도로로 나설 때는 식은땀이 흐른다. 그는 “해외대회를 다녀온 뒤 한국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전쟁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런던 도쿄 등 해외 도시에선 찾을 수 없는 신호위반, 꼬리 물기, 끼어들기 등 ‘반칙 운전’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대회에서 사귄 외국 선수들이 한국 도로에 나서는 순간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양학선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경기를 그르칠 뻔한 경험이 있다. 2011년 11월 스위스컵 대회를 앞두고 마루 종목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무릎을 굽혔다 펴며 손을 짚고 뒤로 한 바퀴 도는 첫 번째 동작은 최하 난도라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러나 그 뒤에 연결되는 공중회전 동작이 골치를 썩였다. 기술을 빨리 완성하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급한 마음에 첫 번째 동작에서 무릎을 충분히 굽히지 않은 채 공중회전을 한 뒤 착지하다 발목이 삐끗한 것이다. 발목에 밴드를 감은 채 가까스로 경기를 마쳤지만 귀국 후 기술 연습을 한 달가량 쉬어야만 했다. 동료 선수들이 물어봐도 차마 ‘최하 난도 동작 중 다쳤다’고 답할 수 없어 “착지할 때 타이밍을 놓쳤다”며 얼버무렸다.
양학선은 “체조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선수도 뜀틀을 우습게보지 않는다”며 “아무리 경험이 많은 운전자라도 법규를 지키고 안전하게 주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학선의 이름을 딴 ‘양1’(뜀틀을 양손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세 바퀴 비틀어 돌며 착지하는 기술)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그에게 금메달을 선물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기계체조 규칙 개정으로 평가점수가 낮아졌다. 공중에서 반 바퀴 더 비트는 상위 기술 ‘양2’의 완성이 더 절실해졌다. 하지만 양학선은 “매순간 방심하지 않고 위험을 피하는 게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양학선은 연습을 위해 체조장으로 돌아가며 당부했다. “한국은 스포츠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랐잖아요. 이제는 ‘착한 운전’으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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