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신체접촉 않고 자위행위, 무슨 죄?

“승강기 안 초등생에 위압감”… 대법, 20대男 강제추행 판결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채모 씨(29)는 2010년 9월 전북 전주시의 한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리다 A 양(9)을 발견하고는 따라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다. A 양이 12층을 누르자 채 씨는 15층을 누른 뒤 갑자기 반바지를 내리고 자위행위를 시작했다. 그는 놀란 A 양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기도 했다.

한 시간 뒤 채 씨는 인근 아파트로 이동해 B 양(11)을 따라갔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 또다시 성기를 꺼내 만지기 시작했다. 놀란 B 양이 소리치면서 내리자 그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채 씨를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6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채 씨가 B 양을 만지거나, 성기를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채 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더라도 여자아이에게 심리적인 위압감을 주는 등 성적 자유의사를 침해했다면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