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120시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독일은 72시간, 일본은 57시간이다. 이 국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 기준으로 15위 안에 드는 교통안전 선진국이다. 호주 12위(0.84명), 독일 8위(0.73명) 일본이 7위(0.69명)다.
한국은 의무교육 13시간만 받으면 운전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11년 면허취득절차를 간소화하며 기존 60시간이던 의무교육을 확 줄였다. 한국은 매년 자동차 1만 대당 2.64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OECD 32개국 중 31위다.
국회교통안전포럼(공동대표 주승용 의원)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교통안전 정책 추진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동아일보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을 비롯해 국토해양부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 등에서 기관장 및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선진국 수준으로 의무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부실한 학교 교통교육도 도마에 올랐다. 스웨덴은 매년 초등학생들에게 40시간 의무교통교육을 실시한다. 프랑스에서는 미취학 아동이 초등학교 입학 때 안전교육을 이수했다는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은 교사가 교통안전과목을 이수해야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아동복지법에서 초등학생 안전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 시행규칙에서 매년 20∼23시간이라고 정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일 뿐이다. 교사의 자격요건도 없다.
느슨한 처벌규정도 지적을 받았다. 허억 안실련 사무처장은 “스웨덴은 혈중알코올농도 0.02%부터 벌금을 부과한다”며 “한국은 0.05%부터 단속하기 때문에 소주 한두 잔은 괜찮다고 오해한다”고 말했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시동 꺼! 반칙운전’ 기획과 관련해 “동아일보에서 교통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며 “이런 보도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김동국 교통안전공단 본부장은 “신설동 교차로 꼬리물기 보도를 읽고 아찔했다”며 “동아일보 보도 뒤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고 서울시도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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