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겨울에만 오는 가덕대구 1월 한달 잡지 말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철 따라 왔다가 물 따라 가버리는 고기를 잡지 못하는 어부의 심정을 아십니까?”

“가덕대구가 제철일 때, 우리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인 못살았어요. 그런데 대구 잡을 때 필요한 장화를 신고도 한 달 이상 못 잡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지죠.”

‘바다의 로또’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가덕대구의 금어기(禁漁期)를 조정해야 한다는 어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덕대구가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 앞바다로 돌아오는 시기는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하지만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는 이 중 1월 한 달간을 금어기로 정하고 있어 가덕대구를 잡지 못한다. 산란기에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차원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남해안 환경 변화로 연간 잡히는 가덕대구 수는 극히 적었다. 그러나 8년 전부터 부산 강서구와 의창수협이 공동으로 매년 6억∼10억 개의 수정란을 방류하는 수산종묘사업을 벌이면서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 25일에도 가덕도 동선항 앞 해상에서 인공수정란 10억 개를 방류했다. 강신현 의창수협 상무(51)는 “바다에 가덕대구가 많지만 현실을 무시한 금어기 때문에 공급량이 부족하고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가덕대구를 잡을 수 있는 어민은 용원어촌계 소속 2336명. 이 중 금어기 때 가덕대구를 잡을 수 있는 어민은 부산 강서구청으로부터 ‘포획금지 해제허가’를 받은 동선어촌계 어민 20여 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가덕도 동안 5ha(약 1만5000평) 해역에서 1인당 하루 10여 마리 내외만 잡을 수 있다. 이들에게 허용된 전체 물량도 3000마리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용원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잡은 가덕대구 6만2000마리에 비하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서해, 거제 등에서 잡히는 대구가 가덕대구로 둔갑하기도 한다. 경매를 거치지 않은 대구가 팔리면서 유통 질서도 엉망이다. 선량한 어민들이 입건돼 전과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40년 넘게 가덕대구 잡이를 하고 있는 가덕도 대항어촌계 소속 허갑수 씨(64)는 “어부가 바다에 있는 가덕대구를 잡는 게 왜 도둑질이냐”며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오고 있는 금어기를 산란적기인 1월 15∼30일로 축소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의창수협은 ‘수산자원의 포획·채취 금지기간 개정 의견’을 경남 창원시와 부산 강서구청에 30일 제출했다. 수협은 건의서에서 “대구 자원이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포획·채취 금지기간 때문에 겨울철 어민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불법어업자를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한 달간 대구 불법포획으로 창원해경에 입건된 어민은 6명. 용원항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전복준 씨(62)는 “관련 기관과 공무원들이 현장 사정과 현실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며 “어민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허가권을 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가덕대구#수산자원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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