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금 떠나요]충남 공주시 계룡산 도예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500년전 철화분청사기의 고장… 이곳에 가면 조선 도공이 된다

1992년부터 조성된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뒤편에 위치한 도예촌. 10여 명의 도예가들의 작품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작품 구입 및 체험도 가능하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992년부터 조성된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뒤편에 위치한 도예촌. 10여 명의 도예가들의 작품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작품 구입 및 체험도 가능하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가 일본 아리타(有田) 도자기의 도조(陶祖)로 추앙받는 도공 이삼평(?∼1655)은 충남 공주시 반포면이 활동 근거지였다. 계룡산 뒤편인 반포면 상신리에는 이삼평의 혼을 잇는 한 ‘무리’가 있다. ‘계룡산 도예촌’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10여 명의 도예가가 마을을 조성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언제든지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볼 수 있고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 원시적으로 생활하며 도예촌 조성

계룡산 도예촌이 형성된 것은 1992년경. 대전 충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예가들이 찬란했던 ‘철화분청사기’를 복원해 보자는 데 의기투합해 마을을 조성했다. 대부분이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이들은 작품 활동과 함께 대학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철화분청사기는 청자와 백자의 중간 시기인 1480∼1540년에 제작된 자기로 ‘계룡산 분청’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이삼평이 계룡산 도공 출신이었을 만큼 계룡산은 도자기로 유명했던 곳. 도예촌에는 최근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 입주할 때에는 18명이 활동했으나 지금은 10명이 도예촌을 지키고 있다.

도예가들은 2년씩 돌아가며 촌장을 맡는다. 정광호 촌장(웅진요)을 비롯해 윤정훈(후소도예) 이재황(황토방) 임성호 씨(이소도예) 등이 활동하고 있다. 살림집도 함께 있다. 이들은 직접 흙을 나르고 벽돌을 쌓으며 공방과 생활터전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진입로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사용하는 등 ‘원시생활’을 해야 했다.

정 촌장은 “명맥이 거의 끊겼던 철화분청사기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관광객에게 철화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최근 도예촌 뒤편 야산의 무분별한 전원주택 개발로 경관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들고

계룡산 도예촌은 작업장이 일반에 공개되며 관광객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10여 개 공방 어디나 미리 예약만하면 도예가들의 교육도 받을 수 있다. 1∼2시간 가래쌓기와 전기로 작동되는 물레작업을 배운 뒤 직접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도자기는 굽기 작업을 거쳐 택배로 전달해 주거나 다음 방문 시 직접 가져갈 수 있다. 강습료는 1만∼1만5000원 선.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종합전시관에서는 도예가들이 만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사진).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김수진 전시관장은 “작가마다 독특한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라며 “전시관 한쪽 나무의자에 앉아 도예가들이 만든 다기로 허브차와 국화차도 즐길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도예촌은 행정구역상 공주시지만 대전에서 더 가깝다. 호남고속도로 유성 나들목에서 승용차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도예촌 주변에는 촌두부 음식점인 등산로식당(041-857-0064)과 은행나무집(042-825-4227), 푸짐한 반찬의 촌동네식당(042-825-4110), 200년 전통 기와집인 시골 묵집(041-856-4355), 도예촌 찻집(041-853-8054)등에 가 볼 만하다. 문의 정촌장공방 041-857-7331, 010-3076-6766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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