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원평가 3년… 시늉만 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미흡 판정 교사 기초자료 없어… 낮은 평가 원인분석도 못해
능력향상 대책 마련 불가능

교원평가가 시행 3년을 맞았지만 교육당국은 ‘미흡’ 판정을 받은 교사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교사가 무슨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는지 분석할 수 없어 개선방안을 찾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평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실시 결과 및 운영 성과’를 발표했다. 5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0년 전면 도입된 교원평가가 시행 3년째를 맞아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31일 교과부가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교과부는 지난해 교원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교사 1219명의 소속 학교와 성별, 연령 정도의 정보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교육청 소속의 미흡 교사 419명은 교육경력을 추산할 수 있는 연령 정보마저 없었다.

교원평가는 각 5점 만점인 동료 평가와 학생, 학부모 만족도의 3개 부문으로 이루어지며 한 부문이라도 평균 2.5점 미만을 받으면 미흡으로 분류한다. 미흡 교사들은 스스로를 ‘부적격 교사’로 여겨 명예퇴직을 신청할 정도로 심적 부담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들 교사가 어떤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하지 않고 별도의 능력향상연수를 받게 할 뿐이다.

또 지난해 평가에서는 미흡 교사가 학생 만족도에서 1191명이 쏟아진 반면 동료 평가에서는 31명, 학부모 만족도에서는 3명이 나오는 데 그쳐 부문별 불균형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 만족도 평균 점수는 초등학교 4.43점, 중학교 4.01점, 고등학교 3.90점으로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지난해 미흡 교사가 대부분 학생 만족도 부문에서 나온 배경과 이 중 71.1%인 867명이 고등학교에 집중된 원인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고교 교사가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평가 점수가 낮은 교사들의 구체적인 자료는 시도교육청에서 민감하게 여기고 있어 요청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정은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A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사들이 공개를 꺼리는 내용이고 교과부가 요구하지도 않아 미흡 교사의 개별 평가 결과는 수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해 해당 교사들에게 개선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은 “교원평가를 진행하면서 객관식 문항의 평가 결과가 나쁘면 연수를 받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어떤 교사들이 낮게 평가받는지 등을 꾸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교원평가#기초자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