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1월 입장권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은 1198만여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던 지난해 824만여 명보다 45% 늘어난 수치다. 한국 영화의 불황기였던 2008년(644만여 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된다. 외국 영화를 포함한 총 관객 수도 역대 최다인 2036만여 명으로 지난해(1662만여 명)보다 22%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영화 바람’이 새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 한국 영화, 걸기만 하면 대박
한국 영화는 연일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류승룡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은 개봉일인 지난달 23일 15만2814명을 모아 역대 1월 개봉작 중 개봉일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는 극성수기(7, 8월)가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개봉 첫 주말 53만 명(토요일), 54만 명(일요일)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지난달 30일 개봉 첫날 27만833명을 기록한 하정우 주연의 ‘베를린’은 ‘7번방의 선물’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두 영화는 관객이 몰리는 설 연휴를 지나 2월에도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에 이어 ‘1000만 영화’ 두 편이 같은 계절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달 개봉한 ‘박수건달’(366만 명)과 지난해 12월 극장에 걸린 ‘타워’(516만 명)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달에도 김윤석 주연의 ‘남쪽으로 튀어’, 최민식 이정재 주연의 ‘신세계’ 같은 기대작이 개봉해 한국 영화의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불황 땐 영화 많이 본다?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리는 이유가 뭘까.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불안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가 저렴한 문화수단인 영화를 찾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보수정권이 이어지면서 불만을 가진 이들이 영화에서 마음의 탈출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실업 해소, 반값 등록금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적 현상으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거시적으로 볼 때 문화소비자층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흥행도 잘되는 걸 보면 1980, 90년대 대학진학률의 향상으로 지식수준이 높아져 문화 관람의 습관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 할리우드 이기는 한국 영화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에서도 원인을 찾는다. 전찬일 평론가는 “이제 관객은 취향 때문에 싫어할 수 있지만 못 볼 만한 한국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미쳤고, 한국 영화에 더 미쳤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관객은 지난해 1억 명을 돌파하며 중흥기를 맞았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 영화의 선전은 이례적이다. 한국 영화의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은 58.8%. 자국 영화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 인도(90%·2010년 기준)와 일본(54.9%) 정도다.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40.9%)나 영국(36.2%), 독일(21.8%)에서도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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