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소속 공무원들이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빌라에 들이닥치자 체납자 홍모 씨(77)의 부인 류모 씨(74)가 소리쳤다. 하지만 부인의 옆에는 3년 전 이혼했다는 홍 씨가 버젓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위장 이혼 부부’였다.
홍 씨는 2005년 아내와 서류상으로 이혼하며 부인에게 서울 강남의 빌라 17채 등 100억 원대의 재산을 넘겼다. 그 뒤 자신의 몫인 제주도와 경기도의 100억 원대 땅을 모두 팔았다. 하지만 홍 씨는 땅을 팔 때 부과된 양도소득세와 지방세 23억1000만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돈을 다 써버려 빈털터리가 됐다고 이유를 댔다.
서울시는 추적 끝에 홍 씨가 이혼했다던 부인과 살면서 아내 명의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 중이라는 단서를 포착했다. 시는 즉시 부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빌라의 가재도구 등을 사실상 홍 씨의 재산으로 간주해 압류했지만 체납된 세금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홍 씨 부인은 “이혼했으니 전 배우자의 동산 압류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1월 12일 조세범처벌법과 형법을 적용해 홍 씨 부부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이 1월 30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일 영장을 발부했다. 시 관계자는 “세금을 안 내려고 위장 이혼한 부부에 대해 동시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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