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중고교 졸업식 풍속도가 급속히 변하고 있다. 밀가루 뿌리기, 달걀 던지기, 알몸으로 바다에 빠뜨리기, 교복 훼손 등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고 졸업식장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쌀을 기부하는 행사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주여상고는 6일 치르는 졸업식을 ‘나눔, 배려를 실천하는 졸업식’으로 정했다. 꽃다발 대신 졸업생에게 쌀을 주자는 것이다. 쌀을 받은 졸업생은 자신의 이름으로 복지시설에 기부한다. 학교 측은 졸업식장 부근 천막에 3000원, 6000원, 1만 원짜리 쌀을 마련한다. 재학생이나 학부모, 동문 선배 등이 쌀을 구입해 졸업생에게 선물하면, 졸업생이 다시 이 쌀을 기부하는 것이다.
쌀 기부 졸업식은 사재를 털어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구한 조선시대 제주 여성 거상 ‘김만덕’의 정신을 이어받는 뜻도 있다. 그 대신 졸업생에게는 재학생이 마련한 종이꽃을 선물한다. 이 학교는 또 ‘교복 물려주기’ 행사에 따라 다양한 사복을 입고 졸업식장에 참석하는 졸업생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졸업 가운을 따로 제작해 290여 명의 졸업생에게 나눠준다. 양도현 교감은 “김만덕 할머니가 살았던 지역이 학교 인근이어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논의를 거쳐 기부 졸업식을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졸업식장의 공연 문화도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학교 동아리들이 형식적으로 공연했던 종전 졸업식과 달리 올해는 학부모, 교사, 학생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과 전시 행사가 펼쳐진다. 7일 졸업식을 하는 아라중은 마치 일반 축제처럼 한지공예, 뮤지컬, 난타, 피아노 독주, 기악 앙상블 등과 함께 학교 현관 로비에서 과학, 수학, 페이스페인팅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귀포고 졸업식은 축구국가대표 정성룡 선수 등 동문이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시작으로 학부모와 함께하는 댄스 배틀, 여고 댄스 팀 초청 공연 등으로 흥을 돋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