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예관동 중구청 광장 앞에는 독특한 모양의 동상이 하나 있다. 양복을 입은 젊은 남성이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든 채 프러포즈를 하고 있는 형상이다. 동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이 남성에게 프러포즈를 받는 모습이 연출된다. 작품의 이름은 ‘봄날의 기억’. 2008년부터 중구청 광장 앞을 지켜왔다.
중구청은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각가 김양선 작가에게 이 작품을 의뢰했다. 김 작가는 “밋밋한 포토존보다는 시민들에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작품, 그러면서도 시민들이 작품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동상을 만들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대로 이 작품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중구의 명소가 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이 프러포즈 동상에 앉아 기념촬영을 많이 한다”며 “주변 호텔에 투숙하는 일본,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동상의 손에는 꽃다발이 없다. 생화를 꽂아 주기 위해 일부러 빈손으로 만든 것. 문제는 꽃다발을 놓으면 누군가 금세 가져가 버린다는 점. 중구청은 관리가 힘들어져 최근에는 꽃다발을 꽂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동상으로부터 꽃다발을 선물받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이를 촬영하려는 본인이 꽃다발을 가져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
작품명은 왜 ‘봄날의 기억’일까. 김 작가는 “조각을 의뢰받아 구상할 때가 봄이었다. 프러포즈를 할 때가 인생에 있어서 봄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도 벤치에 앉아 이 동상의 프러포즈를 받으면서 자신들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중구청 광장은 이 동상 외에도 음악분수대나 벤치 등 휴식공간이 잘 조성돼 있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2008년 시민 휴식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2008년 조경대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