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골 마을에 향토 장학회 열기 ‘후끈’

양구군 양록장학회 70억… 정선군 정선장학회 기금 100억 초읽기

강원 양구군이 운영하는 양록장학회 장학기금이 지난해 말 70억 원을 돌파했다. 1996년 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3억3000만 원의 기금으로 출발한 지 16년 만이다. 양구군은 인구가 2만3000여 명으로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은 곳이다. 그러나 장학회 열기만큼은 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장학회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금액 증가는 물론이고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향토장학회는 지역 인재들에게 고향 사랑의 마음을 심어주고 고향을 위해 힘쓸 수 있는 인연의 끈을 연결해준다. 또 학생들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업에 몰두할 수 있어 큰 도움이 아닐 수 없다.

양록장학회는 설립 이후 연평균 4000만 원 선에 머물던 주민 기탁액이 민선 4기에 들어서면서 급등했다. 양구군이 장학기금 확충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면서 주민의 관심이 커진 것. 이에 따라 2007년 75건 1억2329만 원으로 1억 원을 넘어서더니 매년 1억∼2억 원대의 장학금이 쌓이고 있다. 지난해는 293건에 1억7572만 원이 적립됐다.

양록장학회는 기금을 바탕으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학생 2918명에게 26억194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기금이 점차 늘어나면서 장학금 수혜 학생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장학금을 기탁한 주민의 자녀들이 나중에 수혜자가 되고 1세대 장학금 수혜자들이 성인이 돼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보은의 장학금 릴레이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양구군은 양록장학기금 1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전창범 양구군수는 “인재 양성이 교육 발전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지역 발전의 기틀이 된다”며 “지역의 교육이 살아나고 활기찬 지역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1987년 설립된 정선장학회는 기금 조성액이 100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정선군도 인구 4만여 명에 불과한 산골 지역. 적은 인구에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해 지난달 기준 93억8000만 원이 적립됐다.

정선장학회 역시 시작은 미약했다.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낸 9100만 원으로 출발했다. 탄광 경기가 쇠락하면서 인구가 급감했고 지역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도 주민들은 자생적인 지역 회생방안으로 ‘교육’을 선택했고 이는 올바른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정선군은 올해 6억5000만 원을 장학기금으로 출연하는 등 10여 년 전부터 출연금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정선읍 비봉경로당 회원들은 지난해 직접 만두를 빚어 판매한 수익금 40만 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앞서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정선고 학생 2명은 상금 10만 원을 쾌척했다.

정선장학회는 지난해 대학생 및 고교생 241명에게 4억30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는 4억 5000만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학부모 이경덕 씨(45)는 “정선군은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교까지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등 타 지역보다 많은 교육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장학기금 증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