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조직 돈 뺏은 前조직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현금인출 담당하다 쫓겨나자… 조폭 시켜 5200만원 털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서 현금인출 업무를 담당하다 쫓겨난 윤모 씨(56)는 복수를 계획했다. 사기로 번 돈을 빼앗으면 신고를 못할 거란 계산이었다. 윤 씨가 일했던 조직이 시민들을 속여 은행에서 인출하는 돈은 하루에 무려 1억 원에 달했다. 윤 씨는 자신이 했던 일이라 현금인출 담당자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윤 씨는 우선 인출담당자가 모는 대포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 잡히지 않기 위해 매번 코스를 바꾸며 움직이는 차를 잡기 위해서는 추적기가 필요했다. 이 차량은 서울외곽순환로와 내부순환로를 돌며 15개 은행에서 돈을 뽑았다.

지난해 2월 23일 윤 씨는 대포차량이 서울 광진구 일대에 유독 오래 멈춰 있는 것을 파악했다. 담당자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윤 씨는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그 대신 조직폭력배 출신 2명을 동원했다. 두 사람은 돈을 챙겨 차에 타는 담당자들을 위협하고 돌로 차를 내리쳤다. 놀란 담당자들은 그대로 달아났고, 일당은 5200만 원을 손에 쥐고 대포차량까지 빼앗아 현장을 떠났다.

돈을 빼앗긴 보이스피싱 조직은 경찰에 신고를 못했지만 지난해 검찰이 이 조직 주범 등 7명을 붙잡은 뒤 추가 가담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윤 씨 일당도 결국 덜미가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석재)는 윤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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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보이스피싱#조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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