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명물로 자리 잡은 앞산 카페거리의 풍경.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카페가 많아 차를마시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대구 남구 제공
“카페 분위기가 이국적이어서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인지 커피와 음식 맛도 더 좋은 것 같고요.” 대구 앞산 ‘카페거리’를 즐겨 찾는다는 박수정 씨(36)는 6일 “도로변뿐 아니라 골목 곳곳의 예쁜 카페를 살펴보는 게 즐겁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카페거리가 형성된 대구 남구 대명9동은 1970, 80년대에는 잔디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이 많아 ‘부자 동네’로 불렸다. 1990년대부터 아파트 건축 바람에 밀려 쇠락했지만 최근 카페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앞산네거리∼현충삼거리(약 800m)에 50여 곳의 개성 있는 카페가 들어서면서 거리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 밤에는 알록달록한 조명이 주위를 비추며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이 카페 명소로 알려지면서 커피 브랜드 매장도 속속 들어섰다. 남구는 지난해 이곳에 15억 원을 들여 나무와 야생화를 심고 의자를 놓아 ‘걷고 싶은 명품 거리’를 조성했다. 한 달 평균 4만여 명이 찾는다. 남구 관계자는 “대구의 명산인 앞산의 가치가 더해졌다”고 전했다.
대구 앞산이 멋과 맛을 갖춘 새로운 문화휴식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환경을 활용한 도심재생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관광자원으로서도 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완공된 ‘맛둘레길’은 앞산순환도로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명고가교삼거리∼현충삼거리 구간(1.5km)에 다양한 휴식공간과 문화시설이 조성돼 생동감이 넘친다. 찾는 이가 늘면서 주변 음식점 40여 곳의 매출도 예전보다 평균 20% 늘었다. 맛둘레길 음식점 업주 대표인 김영수 씨(62)는 “앞산 일대 모습이 많이 바뀌어 주민들이 좋아한다. 대구의 대표적인 휴식처였던 앞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산 중턱을 허리띠처럼 돌며 산책하는 ‘자락길’은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산책하는 주민들은 ‘대구의 올레길’이라고 부른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산 쪽으로 100여 m 높은 곳에 조성된 이 길은 앞산 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동쪽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 서쪽 매자골(7.9km)까지 맨발산책길과 꽃길, 소원성취길 등 주제별로 6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남구는 맛둘레길과 자락길에 대한 2차 사업을 진행하고 대명고가교삼거리 인근에는 전망대와 분수대를 만들 계획이다. 식당 손님들은 이곳에서 대구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 서쪽방향 지하도(길이 48m, 폭 4.5m)에는 광섬유를 활용한 별자리체험학습장으로 꾸민다. 별이 떨어지는 장면을 연출해 소원을 비는 나무도 심는다. 6월쯤 완공할 예정이다.
자락길은 문화생태 탐방길로 가꾼다. 안지랑골∼고산골 법장사 구간(약 6.8km)은 ‘왕건의 길’로 조성할 계획이다. 왕건이 927년 팔공산에서 벌어진 후백제 견훤과의 전투에서 패한 뒤 앞산으로 피신했다는 역사를 바탕으로 자료를 모으고 있다.
앞산순환도로 동쪽 입구에는 2만여 m²(약 6200평) 터에 다목적 운동장과 배드민턴 경기장, 실내체육시설, 체력단련장 등을 조성한다. 이진숙 남구 도시경관과장은 “앞산의 변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쇄도하고 있다. 앞산이 대구의 대표적인 휴식처가 되도록 더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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