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더 많다. 언론과 야권, 공무원노조는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인사 얘기다. 명절을 앞두고 홍 지사와 그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나중을 위해 차분히 복기할 필요는 있다.
홍 지사가 처음 단행한 공무원 승진과 전보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공무원 인사는 제한된 자원으로 판을 짜야 한다. 한계가 뚜렷한 이유다. 하지만 산하기관장은 다르다. 도처의 인재를 활용해 도지사의 철학과 의중을 한껏 담을 수 있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모든 자리에 정치인을 특채했다. 조진래 정무부지사는 홍 지사 중고교 후배이자 보선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었다. 자신의 지역구인 의령-함안-합천 선거구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정권 경남발전연구원장 내정자(53)는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다. 보선에서는 선대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뛰었다. 정치이력이 대부분이어서 적격성 논란이 심하다. 그는 김해에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최구식 산청전통의약엑스포 집행위원장도 선거 공신이다.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그도 진주에서 다시 뛸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립 남해대 총장엔 엄창현 캠프 정책홍보단장을 앉혔다. 19대 총선 당시 부산 연제구 새누리당 예비후보였던 정치지망생이다. 도립 거창대 새 총장으로는 박판도 전 경남도의회 의장이 유력하다. 보선에선 홍 지사 선대본부장을 지냈다. 내년 창원시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전문성도 문제지만 선거구가 눈에 밟히면 소임에 몰두하기 힘들다. 자연히 업무 연속성, 조직 안정성이 떨어지고 구성원들의 한숨도 커진다.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 대표에 내정된 강모택 전 도의원(53), 박재기 중소기업특보는 모두 홍 지사 고향 후배에다 정치권 주변 인사다.
홍 지사는 최근 양산시에서 자신의 인사에 대한 비판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정무직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고 전임 도지사도, 대통령도 다 그렇게 했다는 것. 맞다. 김태호 김두관 전 도지사도 비슷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른바 ‘고소영 내각’을 짰다. 차이라면 그들은 호된 비판을 감수했다는 점이다. 관행이라고 해서 따라한다면 ‘독고다이 홍 반장’이라는 별칭이 무색해진다. 엽관제(獵官制)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승자가 자기 사람을 대거 임용한다. 그러나 다음 선거를 위한 ‘이력 관리용’ 또는 ‘정거장’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공공행정 분야 석학인 제임스 페리 미국 인디애나대 석좌교수는 “중요한 건 역량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임명권자의 정치적 분별력”이라고 말한다. 분별력이 떨어지는 정치인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써야 성공한다고 믿는다는 것. 홍 지사가 이번 설 연휴에는 시중의 얘기를 두루 듣고 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다수가 동의하고, 큰 박수를 받는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 정치적 미래를 다듬어가는 홍 지사는 물론이고 도민에게도 바람직한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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