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이렇게 많이 도와주는데 나도 조금이나마 보태야지요.”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서 혼자 사는 채옥순 할머니(82)는 넉 달 동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동네를 돌며 폐지를 주워 모은 10만 원을 “어려운 학생에게 써 달라”며 주민자치센터에 최근 맡겼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채 할머니는 “시에서 매달 주는 보조금 덕분에 끼니를 이을 수 있고 매일 복지사가 말벗을 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박승호 포항시장은 2일 할머니를 찾아가 가슴에 ‘감사스마일’ 배지를 달아드렸다. 박 시장은 “할머니가 보여준 나눔 실천이 많은 시민에게 감동을 줬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행복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할머니가 진정 감사의 달인”이라며 할머니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채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감사운동을 접하고 장학금 기탁을 마음먹었다.
포항시가 펼치는 감사(感謝)운동이 일상을 행복하게 가꾸는 힘이 되고 있다. 감사운동은 박 시장이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감사 마인드 교육을 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말 박 시장이 지역 기업인 포스코ICT 근로자들이 공장 곳곳에 ‘감사하자’란 스티커를 붙이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청 직원들은 매일 감사한 일 5가지 쓰기와 편지, 엽서, 전화 등으로 감사하는 마음 표현하기 등 3가지를 실천한다. 직원들은 “조직에 생동감이 넘치고 능률도 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직원 2000여 명의 호주머니에는 노란색 표지의 감사노트가 들어 있다. 언제든지 감사했던 내용을 적기 위해서다.
감사운동은 포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포항지역 120여 초중고교 학생 7만여 명이 감사노트를 쓰고 있으며 포스텍과 해병대, 종교단체 등이 감사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매달 감사 글쓰기 공모전과 축제, 전시회가 열리고 감사운동 추진사례 발표회가 이어졌다. 영일고 1학년 최유리 양(17)은 “매일 아침 감사노트를 쓰면서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으로 송치된 학생들에게 반성문 대신 감사노트 쓰기를 도입한 대구지검 포항지청도 인성교육 효과를 얻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식적인 반성문을 쓰던 학생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 곳곳에는 감사운동 공간이 생겼다. 호미곶 일대에 감사둘레길(8.7km)을 조성했다. 감사와 명상, 나눔, 긍정, 행복 등 5가지 주제의 길을 걸으며 40여 개의 감사 문구를 음미하면서 걸을 수 있다. 읍면동별로 크고 작은 감사둘레길 21곳(약 75km)이 생겼다. 주민들이 나서 “감사하며 걷고 싶은 길”이라고 소개했다.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이사를 맡고 있는 박 시장은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감사운동을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의 단체와 기업 등에서 문의가 이어졌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은 시청을 찾아 1박 2일 일정으로 감사 실천 프로그램을 배웠다. 공단 측은 6000여 직원을 중심으로 감사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기업 대학 시민단체 등 100여 곳이 포항시의 감사운동을 도입할 예정이다.
박 시장은 “포항 영일만에서 포항제철소와 새마을운동이 생겨 나라를 바꾸는 힘이 됐다. 포항발 감사운동이 전국으로 번져 우리나라의 새로운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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