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手製) 초콜릿? 프랑스 유명 제과학교에서 1년 이상 초콜릿 전문가 과정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닐까.’
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수제 초콜릿 공방 ‘미쇼콜라’에 들어서기 전까지 기자가 했던 생각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밸런타인데이(14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 만든 하나뿐인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지만 ‘솜씨도 없고 전문가도 아닌데…’ 하는 생각에 포기해 버리고 만다. 결국 선물상자에는 공장에서 찍어낸 초콜릿이 자리 잡는다. 그러나 공방에 들어간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작품이 아니라 정성을 보여주려는 거잖아요. 수제라는 데 의미를 두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쇼콜라티에(수제 초콜릿 전문가) 함나미 씨가 A4 용지에 딱 다섯 줄로 적힌 레시피를 보여주며 한 말이다.
그가 준비한 건 생크림 40g과 다크초콜릿 커버처 90g, 카카오 파우더 약간이 전부였다. 초콜릿 커버처란 카카오와 설탕만 혼합한 덩어리. 식물성 유지나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시중의 초콜릿과 다르다. 커버처는 제과 제빵 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서울 중구 방산시장이나 ‘수제 초콜릿 만들기’로 검색하면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함 씨는 우선 커버처를 전자레인지에서 30초간 녹였다. 이걸 꺼내 젓더니 다시 30초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이 과정을 모두 다섯 번 반복했다. 그래야 커버처가 골고루 녹는다는 것. 이어 생크림을 냄비에 넣고 중불로 기포가 살짝 올라올 때까지 끓였다. 기자는 그가 녹인 커버처와 끓인 생크림을 빈 그릇에 넣고 주걱으로 휘휘 저었다.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물큰한 느낌이 나면서 달콤한 향기가 올라왔다. 충분히 저은 뒤 냉장고에 넣어 10분간 식혔다. 주걱으로 떴을 때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굳은 상태. 이미 수제 초콜릿 80%가 완성됐단다.
냉장고에서 꺼낸 초콜릿을 케이크 생크림을 짤 때 쓰는 비닐 ‘짤주머니’에 넣었다. 짤주머니 끝에 별 모양의 금속을 끼운 뒤 서툰 솜씨로 반복해 눌렀다. 어느새 한입 크기의 수제 초콜릿 20개가 일렬로 줄을 서 있었다.
이를 굳힌 뒤 카카오 파우더를 뿌리자 생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카카오 파우더의 씁쓸한 맛이 잘 어우러지는 초콜릿이 완성됐다. 그는 “한입 크기의 수제 초콜릿 하나가 시중에서는 2000원이 넘는다”며 “화려한 모양에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누구나 30∼40분 만에 수제 초콜릿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단시간에 조금 더 화려한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면 서울, 경기지역에 있는 수제 초콜릿 공방을 찾으면 된다. 대부분의 공방에서 재료비를 포함해 5만∼10만 원을 내면 2, 3시간 안에 초콜릿 만드는 방법과 포장법을 배울 수 있으며 직접 만든 초콜릿을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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