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사람과 터전’ 대표로 시민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이희환 씨(47)가 인천 옹진군 굴업도의 굴곡진 역사와 어민 수난사를 산문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덕적도 인근의 작은 섬인 굴업도는 일제강점기 민어와 조기를 잡은 어선 1000여 척이 몰려 대규모 파시(波市)를 열 정도로 어업의 중심지였다. 1923년 8월 초대형 태풍이 몰아쳐 수많은 어선이 큰 피해를 봤다. 동아일보 이길용 기자는 8월 19, 20일 두 번의 기사를 통해 당시 태풍으로 인한 참상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 기자는 일제강점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사건 주역이다. ‘만인의 섬…’에선 이 기자가 당시 쓴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하며 굴업도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이 씨는 “태풍이 섬을 강타하기 전까지 굴업도에는 제주도 어선까지 몰려들 정도로 민어 잡이의 본고장이었다”며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 잊혀진 섬이 됐다가 1994년 정부의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최근 CJ그룹의 호화 휴양지 조성 사업 등으로 다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옛 문헌 조사를 통해 굴업도 지명이 구로읍도(鷗鷺泣島)로 불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나라를 잃은 고려 유신들이 이 섬으로 도망가자 갈매기와 백로조차 울고 갔던 섬이라는 전설에서 나온 지명이다.
이 씨는 이제 섬 주변에 들끓던 민어와 조기의 씨가 말랐지만 아름다운 경관이 잘 보존되길 바라는 뜻에서 제목에 ‘만인의 섬’을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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