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X파일의 X파일]바이러스로 폐사한 새우 불법 유통 추적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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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 잠복… 미행… 병든 새우 불법 유통 마침내 꼬리잡아

‘먹거리X파일’ 팀의 김군래 PD는 새우를 좋아한다. 지난해 8월 말까지는 확실히 그랬다.

지난해 7월, 김 PD는 흰 반점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사한 새우가 식용으로 불법 유통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정황을 포착하고 충남의 한 양식장으로 내려갔다. 주인에게 “폐사되는 새우가 나오면 연락을 달라”라고 당부한 뒤 상경했다. 폐사가 집중되는 8월이 다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아까운 아이템인데….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하나.’ 다른 아이템에 집중하기로 했다. ‘낯선 사람한테 그런 위험한 정보를 주겠어?’

김 PD 머릿속에서 새우가 잊혀 가던 8월 말 어느 날, 충남에서 전화가 왔다. ‘새우가 많이 죽었어요.’ 김 PD는 조연출 1명과 부랴부랴 그곳으로 달려갔다. 인적 드문 한적한 해변에서의 잠복이 길어졌다. ‘죽은 새우는 분명히 상하기 전에 갖다 팔 텐데…. 왜 안 나가는 거지?’ 근처 구멍가게에서 빵과 우유를 사 와 차에서 먹었다. 운송 차량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단잠은 무리였다. 조연출과 번갈아 가며 눈을 붙였다. 답답한 차 안에서 꼬박 이틀이 흘렀다.

잠복 3일째 오전 1시. 헤드라이트 불빛이 들어왔다. 트럭이었다. 양식장 앞에 멈춘 운전기사가 폐사한 새우를 싣기 시작했다. ‘옳지!’ 운전사는 짐만 실은 뒤 양식장 주인집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언제 나갈지 모르니 또 불면의 밤. 오전 9시가 되자 트럭에 ‘부르릉’ 시동이 들어왔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쫓아!’

한적한 지방도로에서의 미행은 위험했다. 10분쯤 운전했을까. 마을 입구에서 새우 트럭이 멈춰 섰다. ‘들킨 걸까.’ 김 PD의 차는 설 수 없어 트럭 앞을 지나쳤다. 한 바퀴를 멀리 돌아 다시 제자리로 왔지만 트럭은 없었다.

김 PD 일행은 하릴없이 양식장으로 돌아왔다. 시뻘건 눈으로 다시 ‘진’을 쳤다. 이대로 집에 갈 순 없었다. ‘새우가 저렇게 많은데 한 번에 다 거둬 가진 못했으리라….’ 그날 자정쯤 트럭이 또 들어왔다. 다시 추적.

이번엔 차 한 대를 사이에 두고 멀리서 따라붙었다. 트럭 운전사는 사이드미러로 후방을 수시로 넘겨다봤다. 조마조마했다. 트럭은 도소매 횟집이 많은 해안 소도시로 들어서더니 회 도매 센터 앞에 마침내 멈춰 섰다.

웬일인지 트럭 운전사가 내리지 않고 김 PD의 차량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숨죽인 ‘대치’는 한 시간 동안 계속됐다. 운전사가 마침내 차에서 내려 도매 센터로 들어갔다. 위치를 확인한 김 PD. 이튿날 다른 차를 몰고 그곳을 다시 찾았다. ‘구워 먹으려 한다’라며 생새우 한 상자를 사들고 차량까지 오는 내내 가슴이 두근댔다. 좋아하는 새우를 실컷 먹겠다는 기대 때문은 물론 아니었다.

차문을 닫자마자 상자를 열어젖혔다. 새우 머리에 난 흰 점이 눈에 딱 들어왔다. ‘오케이….’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검사 기관에 시료를 맡겼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문득 대형마트에도 납품한다던 양식업자의 말이 떠올랐다. 가까운 대형 마트를 찾아 들춰 본 새우의 머리에 흰 반점이 선연했다.

“병든 새우를 파는 일은 이젠 사라졌으면 해요. 요즘에도 새우 잘 먹죠. 자꾸 녀석 머리로 시선이 가서 그렇지.”(김 PD)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새우#불법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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