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림 할머니(83)는 19일 평생에 다시없을 특별한 외출을 한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김 할머니는 69년 만에 손자 또래 모교 후배들과 함께 졸업장을 받는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19일 김 할머니가 모교인 전남 화순 능주초등학교에서 졸업장을 재발급 받는다고 밝혔다. 능주초교는 이날 100회 졸업식을 갖는다. 김 할머니를 비롯해 총 32명이 졸업장을 받는다.
시민모임은 김 할머니가 “졸업장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히자 지난달 11일 능주초교를 찾았다. 시민모임은 능주초교 문서고에 있는 일제강점기 학적부를 뒤져 1944년 3월 25일 31회 졸업생 명단에서 창씨개명된 김 할머니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에 능주초교는 올해 100회 졸업식을 맞아 김 할머니에게 졸업장을 재발급해 주기로 결정했다. 박종기 능주초교 교장은 “졸업장은 김 할머니의 고단한 삶에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의 아픈 기억은 일제의 폭압이 극에 달하던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이 전남 화순인 김 할머니는 당시 광주의 한 친척 집에 살며 가사를 돕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같은 해 5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할 수 있다”는 친척의 말에 속아 일본행에 나섰다.
일본에 끌려가서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 할머니의 기대와 달리 군수업체 미쓰비시중공업이 운영하는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어린 나이에 허기에 지친 몸으로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광복 이후 고국에 돌아와서는 “일본군 위안부 아니었느냐”는 손가락질에 정신적 고통까지 겪었다. 김 할머니는 “뒤늦게 졸업장을 다시 받는다고 하니 새 신부처럼 가슴이 떨린다”며 기뻐했다.
시민모임은 일제강점기 어린 나이에 강제 동원돼 학기를 마치지 못한 피해자들의 졸업장을 받아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다. 2008년 나주초등학교는 6학년 재학 중 1944년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 동원된 양금덕 할머니 등 2명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또 같은 해 순천남초등학교는 일본 군수업체 후지코시강재공업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 김정주 할머니에게 졸업장을 재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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