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쌍둥이 ‘동궐도’와의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국보 249호 진본 2점 26일부터 특별전… 이후 수장고에 무기한 보관
창덕궁-창경궁 세밀히 묘사… 조선 궁궐회화의 최고 작품

고려대박물관이 소장한 동궐도 16권 화첩을 모두 펼친 모습(위). 두 동궐도의 제작 시기는 효명세자가 대리 청정했던 1827∼1830년과 맞물린다. 동궐도에는 세도정치를 물리치고 왕권을 회복하려는 효명세자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병풍으로 만들어진 동아대 소장본(아래). 두 동궐도는 쌍둥이처럼 닮았으나 일부 채색과 묘사가 약간 다르다. 고려대박물관 제공
고려대박물관이 소장한 동궐도 16권 화첩을 모두 펼친 모습(위). 두 동궐도의 제작 시기는 효명세자가 대리 청정했던 1827∼1830년과 맞물린다. 동궐도에는 세도정치를 물리치고 왕권을 회복하려는 효명세자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병풍으로 만들어진 동아대 소장본(아래). 두 동궐도는 쌍둥이처럼 닮았으나 일부 채색과 묘사가 약간 다르다. 고려대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궁궐 회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국보 제249호 ‘동궐도(東闕圖)’ 진본 2점이 사상 처음으로 함께 전시된다. 어쩌면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

고려대박물관은 18일 “고려대가 소장한 화첩으로 된 동궐도와 부산 동아대박물관의 병풍 형태 동궐도를 전시하는 특별전 ‘동궐’을 26일부터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고려대의 16권 화첩 전체와 동아대 소장본이 같이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동아대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고려대 소장본 가운데 4권만 공개됐다.

동궐도는 모두 펼칠 경우 가로세로 578.2×274cm에 이르는 대형 회화. 정궁(正宮)인 경복궁 동쪽에 있는 창덕궁과 창경궁 전체를 동남쪽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려졌다. 순조 때인 1826∼183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고려대 소장본에 ‘인(人)’이란 표제가 붙어 있어 천·지·인 3점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화첩을 병풍으로 만들면서 표제가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아대 소장본까지 2점만 전해진다. 두 동궐도는 건물 배치나 모양새는 거의 똑같지만 일부 채색과 궁궐 안팎 나무나 언덕 묘사에서 약간 차이가 난다.

동궐도는 당시 최고의 실력을 지닌 도화서 화원들이 총동원된 역작이란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배경이 되는 산과 언덕은 남종화(南宗畵·문인화) 풍으로 그렸고, 궁궐 건물은 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듯 원근과 비례까지 고려해 정밀하게 표현했다. 특히 교량이나 담장은 물론이고 정원에 배치한 나무와 돌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당시 궁궐 배치나 조경 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동궐도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무기한 수장고에 보관돼 다음 관람을 기약할 수 없다. 비단에 그려진, 200년 가까이 된 그림이라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조명철 고려대박물관장은 “안타깝지만 이번 전시가 우리 세대에선 일반인이 관람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경희궁을 그린 ‘서궐도안’(보물 제1534호)과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전도인 ‘수선전도 목판’(보물 제853호), 17세기 조선 천문시계 ‘혼천시계’(국보 제230호)도 함께 전시된다. 5월 12일까지. 월요일·공휴일 휴관. 무료. 문의 02-3290-1514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보#동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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