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며느리도 징역 8년, 집행유예 2년
재판부 "동등한 교육기회 얻으려는 국민에 위화감 조성"
법원이 허위 국적을 취득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부유층 학부모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서창석 판사는 19일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21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6~10월에 집행유예 2년, 80~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이자 I그룹 회장의 며느리, D기업 상무 며느리도 이날 공판에서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입학 관련 서류를 위조해준 유학·이민알선업체 대표 3명은 징역 1년2월~2년6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앞서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47명을 기소했다. 이날 선고공판 대상이 아닌 나머지 26명에 대한 선고공판은 20일 예정돼 있다.
기소된 학부모들은 재벌가 4명, 상장사 대표와 임원 4명, 중견기업체 경영 21명, 의사 7명 등 부유층이 대부분이다.
학부모들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 유학원 대표 등에게 4000만~1억5000만원을 주고 과테말라·니카라과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국가 국적을 허위로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부모 중 1명이 외국인이면 외국인학교 입학요건을 충족하는 점을 악용해 외국 여권과 시민권증서 등 서류 위조본을 넘겨받아 학교에 제출, 자녀를 부정입학시켰다.
상당수는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에 2~3일간 단기 체류하면서 해당국 여권과 시민권증서를 발급받고 한국국적상실 신고를 마쳤으며, 일부는 현지 방문 없이 브로커에게 위조 서류를 구해 국적상실 신고 없이 자녀를 입학시켰다.
서 판사는 "일부 부유층의 범행으로 한국 국적을 소중히 여기고 동등한 교육기회를 얻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사회에 미친 해악을 고려할 때 엄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범행이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부모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고 외국인학교 입학사정업무가 정확하지 않은 점, 이미 그전에도 많은 사람이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영어유치원 등에 공공연히 퍼져 이를 듣고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학부모 47명 전원은 지난해 11월 기소된 이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이 일부 학부모를 약식 기소했으나, 법원이 이들도 공판에 회부, 47명 모두정식 재판절차를 밟아왔다.
절반 정도는 재판 초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다 재판 진행 과정에서 3분의 1은 부인, 나머지는 자백으로 돌아섰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혐의가 확실히 드러난 32명에 대해서는 징역 10월~1년6월의 실형을, 나머지 15명에 대해서는 벌금 1500만~2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 결과에 대한 항소 여부를 학부모의 범행 시인 여부에 따라 선별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학부모 전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린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하지 않고 계속 부인하는 학부모에 대해서는 항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외국인학교 종사자의 개입 여부와 입학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자녀를 입학시킨 또 다른 학부모들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며 3월 초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