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3명중 1명 비리 연루… 무소불위 인사권 남용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경찰조사 충남 김종성 교육감 음독 시도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사진)이 19일 음독을 시도했다. 이에 앞서 15일과 18일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을 지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경찰 조사를 받은 그는 19일 낮 12시 반 대전 중구 태평동 교육감관사에서 음독한 채 쓰러져 있다가 아내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육감은 두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분으로 충남지방경찰청 수사2계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내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해 9월에야 (문제 유출과 돈거래)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을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교육감을 수시로 만나 돈을 받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김모 장학사와 김 교육감 사이의 대포폰 통화시점이 교사들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과 일치한다”며 범행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충남교육감 외에도 최근 전국적으로 교육감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형이 확정됐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교육감은 6명. 이들 대부분이 인사비리에 연루됐다.

인천지검은 19일 측근을 편법 승진시킨 의혹을 받고 있는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인사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창원지검은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의 인사 비리 혐의에 대해 감사원이 의뢰한 수사를 특수부에 배당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이미 사후뇌물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역시 뇌물 수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충남의 경우 2000년 이후 취임한 김 교육감의 전임 2명 모두 인사 비리 등으로 중도 사퇴했다. 강복환 전 교육감은 뇌물을 받은 뒤 특정 사무관 승진 대상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라고 지시했다가 2003년 경찰에 구속됐다. 오제직 후임 교육감은 청탁성 뇌물을 받고 교직원에게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08년 사퇴했다.

교육감이 연루된 교육계 비리 수사로 인한 자살도 이어졌다. 이번 장학사 시험유출 사건으로 지난달 8일 천안교육지원청 박모 장학사가 음독 자살했다. 강 교육감 때는 경리담당 직원 1명이, 오 교육감 때는 교장 한 명이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교육감들의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무소불위’의 비대한 인사권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교육감은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남도청과 산하기관(소방직 포함) 3832명을 휘하에 두고 있지만 김 교육감은 충남도교육청과 산하기관 및 학교 교직원 등 2만2645명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한다. 안 지사는 충남 15개 시군의 부시장 부군수를 임명하지만 같이 일할 시장 군수의 눈치를 봐야 한다. 반면 김 교육감은 14개 시군교육장(계룡시는 교육청이 없음)을 자기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다. 일선 학교에 특별예산을 주는 것도 교육감의 권한이다.

특히 2006년부터 교육감선거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뀌면서 비리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선거비가 들다 보니 이를 충당하기 위해 금품 수수나 인사 비리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2010년 교육감선거 당시 시도별 선거비는 서울 35억5700만 원, 경기 40억7300만 원, 경남 17억9000만 원 등으로 국회의원 선거 못지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교육감에 출마할 교육 경력자는 돈이 많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정당보조금도 받을 수 없어 보은인사와 청탁인사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선 교육감이 최대 12년(3선)까지 연임할 수 있어 이 기간에 요직을 맡으려는 일부 교육공무원의 과잉충성 경쟁이 비리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충남도교육청 안팎에서는 이번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사건도 문제를 팔아 모은 돈으로 교육감 재선에 도움을 주려는 일부 장학사의 계획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교육감의 인사 및 예산 관련 권한을 적절히 분배하지 않으면 비리의 유혹이 사라질 수 없는 시스템이다.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려면 그에 맞춰 민선 교육감의 권한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예 직선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교육감선거제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던 육동일 충남대 교수(자치행정)는 “교육자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는 임명제나 폭넓은 교육 수요자들이 참여하는 간선제 등 다양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김희균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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