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과 새로움이 가득한 대학가. 남다른 사연을 가진 학생과 교수가 있기에 캠퍼스가 더욱 활기차게 변합니다. 대학가의 화제 인물을 발굴해 ‘캠퍼스 피플’로 소개합니다. 》
한국방송통신대가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12학년도 학위수여식을 연다. 이날 최고령인 정태은 씨(81)와 최연소 채병국 씨(19)가 같이 참석한다. 두 세대 차이가 나고, 방송대를 택한 이유는 다르지만 졸업의 기쁨, 그리고 학업을 더 이어나가려는 열정만큼은 똑같다. 정 씨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소학교를 마쳤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농사일을 도와야 해서 서당을 다니며 주경야독했다. 어렵사리 돈을 모아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
해군에서 3년간 복무한 뒤에도 고교가 아니라 군사원호처(현재 국가보훈처)에 들어갔다. 50대에는 사업을 시작해 성공했다. 경력과 재산을 어느 정도 쌓았지만 곳곳에서 학력의 벽을 느꼈다고 했다. 70대인 2008년,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의 문을 잇달아 두드린 이유다.
정 씨는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1학년 때는 힘이 들어 죽을 맛이었다. 2시간 이상 머리를 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몇 달만 참아보자고 이를 악물었다. 그 결과 학기가 바뀔 때마다 성적이 올랐다. 외우기는 힘들었지만 이해를 하고 이치를 깨닫는 공부에 재미를 느꼈다. 정 씨는 방송대를 5년 만에 졸업하자마자 같은 대학의 문화교양학과 2학년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채 씨는 2009년 방송대 입학 당시에도 최연소로 관심을 모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입 진학 자격을 얻었다. 누나가 학교를 그만두고 독학하는 모습을 봤던 터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한다.
채 씨는 “획일적인 학교 틀을 벗어나도 훌륭하게 자기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예비 대학생에게는 “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려 있다가 대학에 와서 자신을 놓아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학에서 봉사, 여행,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로스쿨에 가려고 법학과를 택했지만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 목표가 행정고시로 바뀌었다. 이를 위해 부산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두 번째 졸업장을 받고 축사를 할 예정이다. 송 시장은 2000년 중문과를 졸업하고 2005년 다시 일본학과에 편입했다. 그가 제출한 졸업논문은 ‘일본의 인천 관련 보도 분석을 통한 도시 이미지의 발전적 홍보방안 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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