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종사자 2만여 명이 20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국회에 대중교통법 재의결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8개 지자체 택시 15만3246대 중 4만7880대(오후 1시)만이 운행 중단에 참여해 큰 불편은 없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노사가 예고했던 20일 파업은 교통 대란 없이 차가운 반응 속에 끝났다.
택시 노사가 대중교통법(일명 택시법)의 국회 재의결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날 전국 17개 시도 중 절반이 넘는 부산 대구 등 9개 지자체에서는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참여를 밝힌 8개 지자체에서는 택시 15만3246대 중 4만2798대(오후 5시·27.9%)가 파업에 동참했다. 오후 1시엔 4만7880대(31.2%)가 참여했다. 지난해 6월 85.8%가 파업에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한 상담원은 “운행 중단 관련 전화가 오전에 6, 7건 있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내용은 아니었고 오히려 대중교통법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5만 명이 모일 것이라고 예고한 여의도공원 집회에는 약 2만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지방 기사들이 타고 온 관광버스 20여 대가 공원 옆 2개 차로를 차지했지만 교통 소통에 큰 불편을 주지는 않았다. 이들은 오후 4시경 여의도 국회 앞 도로로 행진한 뒤 30분 뒤 해산했다.
일부 참가자는 시위 현장 근처에서 운행 중인 택시를 가로막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운행 중단에 불참한 택시 운전사가 달걀 세례를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법인택시 운전사들과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이번 파업을 놓고 견해차를 드러냈다. 개인택시 운전사 박대환 씨는 “법이 개정되면 각종 혜택으로 내 수입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번 파업에 동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법인택시 운전사 이모 씨는 집회 시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우리 회사는 노사 합의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중교통법이 통과돼도 사장에게는 몰라도 기사인 우리에게 돌아오는 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을 지나던 대학생 전모 씨(20)는 “올겨울 한밤중 연달아 승차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며 “세금으로 택시업체들 배 불려주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트위터에는 “택시가 파업하면 많은 분이 좋아해요. 교통신호 무시, 무리한 끼어들기 등으로 눈살 찌푸리게 했죠”(@qkdn******), “택시는 얌체운전에 교통체증의 주범”(@dp47****)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시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파업이 아니라 교통법규 지키기, 정지선 준수하기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면 승객의 입장에서 더욱 지지하고 싶어질 것 같다”(@zisa***)고 남기기도 했다.
국토부는 “불법 파업 참가자들은 현장 증거를 확보한 뒤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택시 감차 및 사업면허 취소 등 원칙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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