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는 26일 한국공항이 신청한 ‘지하수개발 이용시설 변경 허가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허가동의안의 핵심은 먹는 샘물을 만드는 지하수 취수량을 현재 하루 100t에서 200t으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지하수 증산 도전은 이번이 4번째이다.
2011년 증산 신청은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고 지난해 6월 제주도 심사를 통과했으나 도의회가 의결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또다시 도의회가 허가동의안 심사를 하다가 가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가 이번에 허가동의안을 재상정한 것이다.
한국공항의 허가동의안이 도의회에 재상정되자 시민사회단체 등이 곧바로 반발하고 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연합, 곶자왈사람들,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은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산간 지역에 대한 난개발이 대규모로 진행되면서 지하수 함양량 감소와 오염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공항이 얻고자 하는 것은 제주 지하수의 사유화를 쟁취하고 증량을 계속하면서 돈을 벌고자 하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공항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공항 임종도 상무는 “하루 200t을 뽑더라도 지하수위 변화는 거의 없다”며 “해외 항공노선 등에서 공급하는 먹는 샘물 이미지가 높아지면 제주도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물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한국공항 측은 대한항공과 외국 항공사의 운항노선 및 탑승객 증가, 그룹 계열사 사용 물량 증가 등을 증산의 필요성으로 제시했다. 한국공항이 생산하는 먹는 샘물은 기내 서비스용과 인터넷 판매, 호텔 음료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
한국공항은 1984년부터 제주지역에서 먹는 샘물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공장에 하루 2200여 t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지만 20여 년 동안 하루 100t가량만 뽑아서 썼다. 사기업의 먹는 샘물 시판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다. 제주도는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시판과 도외 반출을 통제했지만 2007년 소송에서 패소했다. 한국공항은 지방 공기업을 제외한 사기업의 먹는 샘물 개발을 규제하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 이전부터 먹는 샘물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먹는 샘물 시판에 대해 법률적 판단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마냥 허가동의안을 묵혀둘 수 없는 처지이다. ‘삼다수’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지방개발공사가 하루 2100t 취수에서 3700t으로 증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공항의 100t 추가 취수를 거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루 200t은 제주시내 대형 관광호텔에서 사용하는 500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지하수 고갈’ 등을 이유로 내세우기도 힘든 실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다각적인 심사 끝에 지하수위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증산을 허용했다”며 “사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만 지하수를 이용한다는 비난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활용 가능한 점도 있기 때문에 도의회에서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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