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설연휴에 빈 선배집 몰래 침입… 닷새간 지내며 난장판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이모 씨(22)는 가출을 한 뒤 갈 곳이 없었다. 수년간 찜질방과 여관을 전전했다. 올해 설(10일)을 사흘 앞두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7일 오전, 이 씨는 몇 해 전 맥줏집에서 함께 일했던 김모 씨(24)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김 씨는 “고향인 경남에 와 있다”며 “설을 보낸 뒤 부산 사하구로 돌아가니 그때 보자”고 했다. 이 씨는 1년 전 가봤던 김 씨의 깨끗한 원룸(23m²·약 7평)이 떠올랐다. 그는 같은 처지인 중학교 동창 2명과 함께 김 씨의 원룸 화장실 유리창을 뜯고 들어갔다. 그러곤 이곳에서 닷새를 살았다.

김 씨가 11일 오후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 안은 난장판이었다. 그릇, 냄비 등 주방도구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먹다 남은 라면, 담배꽁초 등 온갖 쓰레기가 넘쳐났다. 그가 구입한 유명 메이커 옷과 신발 28점(300만 원 상당)도 사라졌다. 김 씨는 도둑이 든 것으로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다. 출입구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이 씨와 그의 친구들이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잘 곳이 없었다. 피해는 (돈을 벌어) 변상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2일 이 씨 등 3명을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설연휴#선배집 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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