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한양대학교]스포츠 산업 분야 국가인재 길러서 글로벌 시장 이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스포츠산업학과


2012년 여름. 우리나라 국민은 TV 앞에서 울고 웃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런던 올림픽 경기장으로 떠난 대표 선수들의 활약 때문이다. 양궁을 비롯한 효자 종목들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기쁨을 안겨줬다.

기대하지 않았던 펜싱 분야에서도 즐거운 소식이 쏟아졌다. 물론 ‘끝나지 않은 1초’ 때문에 승부가 뒤집힌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은 안타까웠다. 그래도 아직 유럽에 한참 뒤처진다는 생각과 달리 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이런 쾌거는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성과 뒤에는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와 스포츠산업학과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올림픽 메달 6개, 한양대의 힘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는 2009년 대한펜싱협회로부터 연구과제 하나를 의뢰받았다. 중장기 펜싱 발전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김종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교수팀은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2020년 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국 펜싱 발전의 밑그림을 담은 ‘비전 2020’을 제시했다.

대한펜싱협회는 김 교수팀의 제안을 그대로 실행했다. 그 결과 2012년 여름 런던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선수단과 협회에서 ‘펜싱 코리아’의 비결을 이야기할 때면 김 교수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김 교수는 “전략적인 투자 방안부터 선수 관리 및 지원, 지도자 선정과 배치 방법까지 다양한 부분에 걸쳐 컨설팅 했다”며 “우리 연구팀은 런던 올림픽 메달 3개 획득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대표팀은 그의 2배인 6개를 목에 거는 예상 밖의 쾌거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있었기에 대한펜싱협회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 1년에 6개월 이상 루마니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 머물며 선진 펜싱을 체득했다. 큰 대회의 경험을 쌓기 위해 세계대회에도 자주 참가했다. 덕분에 국제심판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도 있었다. 이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대한펜싱협회뿐만이 아니다. 이제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공공기관도 스포츠 산업 관련 각종 현안 분석이나 생활체육 및 프로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한 연구 용역을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꾸준히 의뢰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강원 FC, 경남 FC 등 야구와 축구 프로 구단에서도 다양한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 개선, 미디어 노출 및 각종 마케팅 효과 분석 등의 연구가 수시로 진행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이슈는 10구단 창단이었다. 프로야구단이 지자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구단 창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이 필요했다. 최고의 노하우를 보유한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연구 의뢰가 끊이지 않는다.

“스포츠 비즈니스 난제 해결”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아지면서 30조 원 이상 규모로 시장이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것.

2007년 스포츠산업진흥법이 제정돼 법적 기틀이 마련됐지만 프로 스포츠 활성화, 공공체육시설의 사업화, 스포츠시설 및 용품 인증제 등 다양한 공공 및 민간 스포츠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교수는 스포츠산업체의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전문인력 양성, 스포츠 융복합을 통한 신사업 개발 등 스포츠산업의 현안을 신속히 해결해야 할 스포츠산업 전담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역할을 당분간은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의 스포츠산업 연구기관이란 명성이 높기 때문. 이 센터가 8년 만에 이런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심도 있는 교육이 연구로 이어지도록 돼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이다.

2007년 스포츠산업학과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대학원에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를 신설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이 분야 학사와 석사, 박사과정이 연결된 곳은 한양대가 유일하다.

특히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는 스포츠산업 분야의 국가 인재 양성을 위해 문화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지원하는 학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포츠계 인재들은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로 몰려들고 있다. 학생들의 성적도 최상위권이고 열정도 최고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학생들은 어떤 것들을 배울까. 스포츠산업학과는 △스포츠경영원론 △프로스포츠 경영 △스포츠 PR론 △스포츠마케팅론 △스포츠 경영컨설팅 △스포츠 관광 △스포츠 비즈니스 등의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체육학뿐만 아니라 △경제 △경영 △정보통신 △미디어 △관광 △마케팅 △의료 등과 결합해 ‘스포츠 비즈니스 3.0 시대’에 맞는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서다.

김 교수는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 스포츠산업학과에서는 단순히 스포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와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것 까지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김종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교수 “발전가능성 큰 분야
우리가 선봉” ▼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 수는 100만 명 이상. 하지만 야구장은 전국에 77개에 불과하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 교수는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가 다양한 산업적 가치까지 창출해낼 수 있다고 했다.

―스포츠 비즈니스도 단계가 있다는데….

“총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스포츠 비즈니스 1.0 시대는 제품 광고와 홍보가 중요시됐다. 공급이 주도하는 시대다. 스포츠를 국위선양, 사회통합, 민족단합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단계다. 그 다음 2.0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중심이 된 소통과 감성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기업들이 스포츠 비즈니스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하는 때였다. 정부나 지자체도 국민들의 여가생활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활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많이 늘렸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지금 세계는 스포츠 비즈니스 3.0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기법, 사회 공헌과 같은 지속 가능한 마케팅 기업이 스포츠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시대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마케팅 도구로 스포츠를 활용하면서 미디어 가치 개발 등 스포츠의 산업적 가치를 강조하는 새로운 스포츠 패러다임이 전개된다.”

―현재 한국 스포츠 산업의 수준은….

“콘텐츠 측면에서는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 수가 700만 명을 돌파했다. 가족과 여성 관중이 늘면서 달성된 수치다. 하지만 그것을 엮어내는 스포츠 비즈니스 활동, 국가 정책, 기업 투자는 아직 미약하다. 특히 관련 시설은 더 열악하다. 다행히 긍정적인 것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성과를 수치로 증명하긴 쉽지 않다.

“맞다. 우리의 연구 성과를 수치로 증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스포츠 비즈니스는 스포츠를 통해 느끼는 만족, 기쁨과 희열을 교환하는 사업이다. 이 감정을 숫자로 재단할 수는 없다. 경기장 시설이나 서비스가 좋아지고 올림픽 펜싱 사례처럼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을 때 간접 증명된다.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스포츠 산업 분야에서 한양대가 선봉에 선 만큼 앞으로 우리의 저력이 대외적으로도 증명될 기회가 많을 거라 본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매년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성적이 상당히 좋다. 그러나 성적보다 중요한 건 열정이다. 우리 연구에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연계돼 있다. 스포츠에 더해 광고 마케팅 경제 정치 문화 심지어 날씨까지 살펴야 한다. ‘응원하는 축구팀이 경기에서 져 분해서 잠이 안 온다’는 경험까지도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런 마음과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우리 대학, 우리 센터에 오기를 바라고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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