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남 보성지역 낮 최고기온이 8도까지 오르면서 봄 기운이 완연했다. 봄이 다가오면서 보성차밭도 생명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보성차생산자조합 제공
24일 따뜻한 봄 햇살이 전남 보성군의 차밭을 감싸며 낮 기온이 7∼8도까지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나무가 동해(凍害)를 입을 정도로 영하의 추운 날씨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차 농가들은 동해는 물론이고 커피 열풍으로 인한 차 소비량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차 농가들은 이 같은 위기를 친환경 재배와 가공식품 개발로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 동해·소비량 감소
전남도 농업기술원 녹차연구소는 1∼2월 전남 보성·해남·구례군 차밭 20곳(10ha)에서 동해를 조사한 결과 10% 정도가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보성군(1000ha)을 비롯해 전남 10개 군에서 차 1600ha를 재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60ha가 동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 딴 첫 잎으로 만드는 우전, 곡우, 세작 등 고급 첫물 차의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전남 전체 차 재배면적의 80% 이상인 1336ha에서 동해가 나타났다.
녹차연구소는 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다. 차 동해를 줄이려면 2월 말에서 3월 10일까지 피해 가지 5∼10cm를 잘라내고 유기질 비료를 줄 것을 당부했다. 동해 예방을 위해서는 가을보다 월동 이후 봄에 가지자르기를 하고 방풍림도 조성할 것을 조언했다. 최정 녹차연구소 연구사는 “동해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차 재배농가 2000곳은 차 소비량 감소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차 가격은 봄 차 가격 기준으로 100g에 5만∼6만 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차 소비량은 불황과 커피 열풍 등으로 2010년보다 다소 감소했다.
2005년부터 가업(家業)을 물려받아 차밭 15ha(약 4만5000평)를 가꾸고 있는 서상권 보성제다 부장(37)은 “차밭이 냉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차가 건강식품인 데다 친환경 재배를 해 국제적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 재배·가공식품으로 극복
국내 농산물 지리적 표시등록 제1호인 보성녹차는 4년 연속 국제유기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보성군은 차밭 185ha가 유럽, 미국 등의 국제유기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성 차밭 1000ha 전체가 유기농이나 무농약 재배를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친환경 차 재배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기인증을 통해 국제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원가 절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차 가공식품 개발 노력도 활발하다. 녹차연구소는 지난해부터 홍차 생산기술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녹차가 찻잎을 불에 덖어 만드는 반면 홍차는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다.
녹차연구소 한 관계자는 “지난해 농업박람회에서 홍차를 선보인 결과 관람객 호응이 좋았다”며 “올해부터는 홍차를 만드는 기술을 차 재배농가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를 과자나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차의 효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보성 은곡다원 주병석 씨는 “2∼3년 부업으로 차를 재배하던 일부 농가가 차 대신 다른 작물을 심었던 것이 차 재배 농가의 전체 위기로 확대돼 알려진 적이 있다”며 “차를 천연 건강음료뿐 아니라 다른 데에도 활용한다면 소비량이 늘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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