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스타-시즌2]<29>국제과학경진대회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보영여중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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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6일 03시 00분


주먹도끼 100개 만들며 숨은 원리 찾아

경기 보영여중 3학년 진급을 앞둔 윤하영 양(왼쪽)과 졸업생 차오름(가운데), 최미림 양이자신들이 직접 만든 주먹도끼를 들었다.
경기 보영여중 3학년 진급을 앞둔 윤하영 양(왼쪽)과 졸업생 차오름(가운데), 최미림 양이자신들이 직접 만든 주먹도끼를 들었다.
늦겨울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일 경기 동두천시 보영여중을 찾았을 때 이 학교 2학년 윤하영 양(15)과 졸업생 최미림(16), 차오름 양(16) 등 세 학생은 봄방학도 잊은 채 영어 프레젠테이션 연습에 열중이었다.

이들은 올 5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규모의 청소년 과학대회 ‘국제과학경진대회(ISEF)’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자신들의 과학연구 결과를 소개할 예정. 이 대회 출전권을 따는 자리로 지난달 29일 열린 ‘제4회 한국청소년과학창의대회(ISEF-K2013)’에서 이들은 구석기시대 주먹도끼의 형태와 석재의 관계를 물리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로 ‘물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역사교과서 속 소재와 과학탐구활동을 연결한 이들의 ‘창의적·융합형 탐구활동’ 노하우를 소개한다.

주먹도끼 관찰하며 생긴 의문점에 주목

말처럼 쉽지 않은 창의적, 융합적 발상. 이들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물에 물음표를 던짐으로써 창의적인 탐구주제를 끌어냈다. 2011년 1학기 교내 영재학급 체험학습 프로그램으로 방문한 전곡선사박물관(경기 연천군)을 방문했을 때였다.

“전곡리 주먹도끼를 유심히 살펴보니 도끼의 날 부분은 날렵하게 타제(打製·치거나 깨뜨려 만듦)됐지만 몸통 부분은 별로 깎이지 않고 두꺼운 모양을 한 이유가 궁금해 연구를 해보기로 했죠.”(최 양)

이후 연구를 위해 석장리박물관 대전선사박물관 동아시아고고학연구소 등 전국의 선사시대 박물관·연구소를 찾아다니는 사이 이들의 연구주제는 조금씩 발전해 물리과학의 영역과 닿았다.

“아시아와 유럽의 주먹도끼가 생김새가 전혀 다른 이유는 성분, 강도 등 석재의 특성에 따라 파괴패턴(부서지는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임을 알게 됐어요. 결국 이를 물리측정실험으로 증명하게 됐죠.”(윤 양)

주먹도끼 100개 만들며 과학원리 체득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인터넷 백과사전이나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기 쉬운 중학생이 전문적인 과학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규암 흑요암 플린트 등 도끼의 소재가 된 각종 석재의 물리적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선 관련 분야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들은 연구주제와 관련한 논문의 저자인 한 국립대 자원에너지공학과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낸 결과 적극적인 연구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구석기인의 입장이 돼 주먹도끼를 직접 만드는 작업에도 열심이었다. 이들은 전곡리 유적지 인근 임진강, 한탄강 등에서 가져온 돌로 100여 개 이상의 주먹도끼를 만들어보며 실제로 돌이 어떤 모양으로 깨지고 깎이는지를 수도 없이 관찰하니 물리적 이론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해설사 활동하며 ‘역사와 과학의 만남’ 전파

역사공부가 과학연구가 된 순간부터는 새로 공부해야 할 지식이 쏟아져 어려움도 있었다. 이들의 논문 제목에 포함된 용어인 ‘타제’를 비롯해 표면박리 전단파괴 취성도 인장강도 등 물리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 뜻을 추측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날 새로 공부한 내용은 탐구일지에 사진과 함께 모두 적고 모르는 내용은 더 조사하는 과정을 반복한 결과 이들이 이번 연구 활동과 관련해 작성한 탐구일지는 총 10권을 넘게 되었다. 힘에 의해 석재가 파괴되는 양상을 측정한 SHPB실험 등 물리과학적 실험과 이론을 비교적 단시간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학교 송성호 과학교사의 권유로 수행한 ‘논문 읽고 요약하기’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50∼60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연구논문을 10, 5, 1문장 등으로 요약하는 과제를 하면서 이들은 20편 이상의 국내외 학술논문을 독파할 수 있었다.

3개월 뒤 열릴 세계대회 준비로 분주한 요즘 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구석기 유물·유적에 담긴 과학적 비밀을 소개하는 일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이 처음 연구주제를 만난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지난해 6월부터 주말마다 청소년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

“역사교과서만 보는 학생들에겐 주먹도끼는 구석기, 신석기시대를 구분하는 ‘사물’이라는 점 외에는 다른 아이디어를 주는 소재가 되기 어렵겠죠. 하지만 저희가 박물관에서 주먹도끼를 눈으로 관찰하며 궁금증을 떠올린 것처럼 현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다 보면 창의적·융합형 탐구주제도 저절로 떠올릴 수 있답니다.”(차 양)

※‘공부스타 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좋습니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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