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九州) 나가사키(長崎) 현 히라도(平戶), 구마모토(熊本) 현 아마쿠사(天草)·마쓰시마(松島), 미야자키(宮崎) 현 다카치호(高千穗), 가고시마(鹿兒島) 현 기리시마(霧島)·묘켄(妙見)에 올레코스가 18∼21일 순차적으로 개장했다. 지난해 2월 규슈지역 4개 올레코스가 만들어진 후 두 번째이다. 제주에 주재하는 기자가 규슈올레 코스를 직접 둘러봤다.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매화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길가에는 털머위, 곰취가 돋아났고 여염집 마당에는 수선화가 하얀 꽃을 피웠다. 귤나무와 함께 동백과 참식나무가 도로변에 줄지어 섰고 억새밭에는 두릅과 청미래덩굴이 자리했다. 봉긋한 언덕인 히라도 코스 가와치토오게(川內峠)에 서면 사방팔방으로 뚫린 해안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지나는 억새밭은 온통 까맣게 타 있었다. 병해충을 막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놓는 제주의 화입(火入)과 닮았다. 목조주택이나 기와지붕이 없었다면 제주로 착각할 정도다.
마쓰시마 코스는 히라도 코스와 마찬가지로 아스팔트길, 시멘트길이 흠이기는 했지만 유채꽃밭과 해안절경, 숲길이 조화를 이뤘다. 논두렁에 광대나물과 봄나물의 대명사인 달래가 지천으로 널렸다. 센간(千巖) 산 정상의 전망은 피로를 잊기에 충분했다. 가와마타 유키(川端祐樹) 아마쿠사 시장은 “올레는 뒤틀린 삶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카치호 코스는 거대한 협곡과 어우러진 편백나무, 삼나무와 대나무숲의 향연이었다. 계곡 물소리가 시원한 다카치오 협곡을 지나 펼쳐지는 숲길은 양탄자처럼 푹신했고 대나무숲은 끊어졌다가 이어졌다. 바위와 나무에는 콩짜개덩굴이 덮여 있었다. 종점 직전의 이름 없는 폭포는 이번에 ‘올레폭포’로 명명됐다.
○ 올레의 수출
올레의 일본 수출은 민관 합동인 규슈관광추진기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규슈 지역에 관광객이 줄자 돌파구로 올레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규슈올레’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코스개발 컨설팅을 했다. 길안내를 하는 리본, 간세(제주마를 형상화한 표지), 화살표 등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했다. 규슈관광추진기구 후지키 히데노리(藤木秀則) 부본부장은 “올레가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과감히 도입을 결정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주처럼 규슈의 7개 현을 모두 잇는 26개 코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규슈올레를 찾은 올레꾼이 지난해 8000여 명까지 늘면서 길안내 표지인 리본이 사라지는 일도 생겼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규슈올레 개장행사에서 “리본 하나에 의지하는 올레꾼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관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나서서 올레 코스를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슈올레가 단순히 관광객 유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몸과 마음의 아픔을 걷어내는 치유(힐링), 자연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라는 올레정신을 잘 유지해야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규슈올레 개장행사에 참석한 박해연 씨(61·경기 안산시)는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현지 주민과 소통하는 것은 기존의 트레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걷기 문화”라며 “올레가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해 ‘글로벌 올레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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