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대구·경북(TK) 지역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겉으론 축하와 기대가 많지만 속으로는 걱정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걱정’의 실체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지역인데 대접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와 장관 등 새 정부의 주요 인선에 대구·경북 ‘출신’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속앓이도 있다. 대부분 “대구·경북 주민의 80%가 투표를 하고 80%의 지지를 보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대구·경북이 새 정부와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역량을 갖추려면 이 같은 인식이 과연 적절한지부터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압도적 지지’ ‘일등공신’ ‘지역 출신 대통령’ ‘대통령의 고향’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 같은 틀에 갇히면 오히려 대구·경북이 설 자리가 매우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지고 보면 “대구·경북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이야기는 정확하지 않다. 지역별로 유권자 수가 다르기 때문에 득표율보다 실제 득표가 중요하다. 대선 때 대구는 126만7789표, 경북은 137만5164표가 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박 대통령이 받은 표는 경남(125만9174표)과 비슷하고, 경북은 부산(132만4159표)과 별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서울은 302만4572표, 경기는 352만8915표로 대구·경북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도 서울이나 경기, 부산과 경남 어디서도 ‘일등공신’ 운운하지 않는다.
17개 시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요청한 지역 현안사업의 예산 규모는 250조 원가량이었다. 올해 정부 총예산 342조 원의 70%를 넘는다. 상당수는 추진되기 어려운 만큼 지역별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대구·경북은 사정이 더 어렵다. 지역 현안사업도 잘 챙겨야 하지만 정당하게 받는 정부 예산도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이 ‘압도적 지지를 보여준 일등공신’ 같은 좁은 틀에 머물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특정 지역의 ‘소(小)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도록 만들 책임은 어느 지역보다 대구·경북에 안겨진 숙명 같은 과제다. 대구·경북이 박근혜 정부의 출발을 지역 발전을 위한 ‘자생력(自生力)’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답다’란 말을 들을 수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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