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 빈집 허문 자투리땅 재활용률 49%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27일 광주 북구 옛 아세아극장 뒤편 주택들 사이 198m²(약 60평)의 텃밭에는 시금치가 자라고 있었다. 화재로 흉가가 된 빈집을 2011년 허물고 이 텃밭을 조성한 주민자치위원회는 홀로 사는 노인 등 소외계층 16가구에 텃밭을 가꾸게 했다. 김지령 광주 북구 중앙동 주민센터 주민자치담당은 “흉가로 있을 때는 주민들이 밤에 무서워 앞을 지나가지 못했고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가 됐다”며 “땅 주인이 5년간 사용을 허락해 흉가를 텃밭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중흥동 안보회관 사거리 뒤편 주택가에는 165m²(약 50평) 규모의 주차장이 있다. 이 주차장은 2012년 빈집을 허물고 마련한 공간이다. 주민들은 차량 8대를 세울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함께 쓴다.

이처럼 광주 도심의 흉물인 빈집을 허물고 조성한 자투리땅이 시민들을 위한 텃밭(쌈지공원),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자투리땅의 활용 비율이 49%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하다.

광주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도심 빈집 250채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빈집 60채를 철거할 예정이다. 도심 흉물인 빈집 철거작업은 집주인의 동의를 얻기 힘든 데다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다. 빈집 철거작업이 이뤄질 경우 도시 재생 차원에서 철거비용 500만∼800만 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빈집을 철거해 조성된 자투리땅 250곳 중 텃밭 93곳, 주차장 29곳 등 122곳(48.8%)만 재활용되고 있다. 자투리땅이 주차장, 쉼터, 텃밭 등으로 활용되면 미관이 좋아질 뿐 아니라 경제적 이용가치도 커진다.

하지만 일부 자투리땅 주인들은 “괜히 텃밭, 주차장 등으로 쓰게 했다가 불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며 재활용을 거부하고 있다. 자투리땅 주인들에게 무조건 양보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놀고 있는 자투리땅이 텃밭, 주차장 등 공공 목적으로 더 많이 일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묘책 마련이 절실하다.

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광주 도심의 빈집은 서울 및 5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광주 동구 충장로를 중심으로 한 도심과 주거지가 외곽지역 택지개발지구로 조성되면서 도심 공동화가 가장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가 지난해 3월 조사한 결과 광주 도심 빈집(공·폐가)은 동구 385채, 서구 361채, 남구 559채, 북구 363채, 광산구 278채 등 총 1946채였다. 올해 조사에서는 빈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심에 빈집이 증가하면서 쓰레기 무단 투기로 여름철 악취가 발생하고 청소년 탈선 공간으로 악용되는 등 각종 민원이 유발되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올해 예산 7억 원을 확보해 빈집 4채를 구입할 방침이다. 구입한 빈집을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 예술인 창작실, 작은 공원, 마을기업 공간 등으로 쓸 계획이다. 이명규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광주 도심의 빈집 문제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심에 생기가 돌 수 있도록 빈집을 공공기관에서 매입한 뒤 예술인들에게 임대해주는 사업 등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빈집#자투리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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