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식물학계의 ‘대부(代父)’가 강단에서 물러났다. 제주지역 자생식물연구의 1세대이자 원로인 김문홍 제주대 교수(65·생명과학·사진)가 27일 정년퇴임했다.
김 교수는 1978년 제주대 전임강사로 부임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지역 식물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그동안 제주의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일본인이나 다른 지역 학자가 주도했다. 도외 학자들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시적으로 제주에서 연구 및 채집활동을 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식물상을 온전히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김 교수는 다른 지역 학자들이 떠난 시기에도 부지런히 한라산을 오르내리고, 들판과 오름(작은 화산체)을 다니며 자생식물을 찾아내고 분류했다. 1985년 펴낸 제주식물도감은 그 같은 노력의 결정체나 다름없었다. 세계적으로 제주에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을 발견해 2001년 학계에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제주고사리삼은 1속(屬) 1종(種)인 희귀식물로 식물학자인 박만규와 제주도의 이름을 따서 ‘만규아 제주엔세(Mankyua chejuense)’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연구 활동이 넓어지면서 자생식물은 물론이고 한라산 자원조사 연구에서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식물 및 식생조사를 비롯해 문화재 관리, 임업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 기초를 마련했다. 후학 양성은 당연하면서도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의 제자들은 제주도 한라산연구소,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등의 기관이나 단체 곳곳에 포진해 식물 분류와 생태학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려대 임학과 출신으로 일본 도쿄(東京)농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년퇴임과 함께 제주대 명예교수로 발령받았다. 그는 제자들로 구성된 정년퇴임준비위원회와 함께 304쪽 분량의 포켓사이즈로 올레코스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정리한 ‘주머니 속 올레식물’을 펴냈다. 28일 제주시 그랜드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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