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낮 12시 13분경 전남 신안군 신의면 상태동리 염전에서 50대 남자가 경운기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다. 전남도 소방항공대 최순연 기장(58·사진)은 10인승 헬기에 구급대원을 태우고 신의면으로 향했다. 최 기장은 경운기가 넘어지면서 허리를 크게 다친 환자를 40분 만에 목포의 병원으로 무사히 이송한 뒤 전남 영암군 덕진면 소방항공대로 복귀했다. 8000시간 무사고 비행의 대기록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공군·해군 헬기 교관 등 군 헬기 조종사 가운데 극소수가 8000시간의 기록을 달성한 사례는 있지만 해경, 산림청, 소방청 등 국가급 헬기 조종사 400여 명 가운데 8000시간 무사고 기록은 최 기장이 유일하다. 이 기록은 순항속도 시속 230km인 BK117이나 Bell430 기종이 340일간 쉬지 않고 지구를 50바퀴 돈 시간으로, 당분간 기록이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77년 육군항공학교에 입교해 3년 뒤 헬기와 인연을 맺은 최 기장은 소령으로 예편한 1999년까지 군에서만 5800시간 무사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고향인 전남에서 소방항공대 창설 멤버로 참여해 14년간 2200시간을 보탰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남을 33년간 조종간을 잡은 최 기장은 전남의 산과 섬을 오가며 응급환자 구조, 산불 진화, 도정 업무 수행 등을 해온 베테랑 조종사다.
그가 8000시간 무사고 기록을 세우는 동안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다. 2002년 5월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소흑산도)에서 주민이 칼에 찔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소방항공대를 이륙한 헬기는 20분 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낀 해무(바다안개)를 만났다. 최 기장은 바다 수면에 최대한 가까이 운항하다 하마터면 추락할 뻔했다. 회항하려던 최 기장은 환자가 중태라는 소식에 다시 조종간을 돌려 환자를 이송했다.
정년을 2년 앞둔 그는 개인적 바람도 피력했다. 그는 “전남이 헬기 보유대수 대비 긴급 출동실적이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현재 인원과 장비는 다른 시도에 비해 열악하다”며 “해상 비행을 주로 하는 지형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각종 악조건에서도 운항이 가능한 15인승 이상의 중형헬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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