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9시간 춘향전 완창 고향임 명창, 대전시 무형문화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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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고향임 명창이 2009년 10월 1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대전시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동초제 춘향가를 완창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고향임 명창이 2009년 10월 1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대전시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동초제 춘향가를 완창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고수 팔도 아프실 테요, 소리꾼 목도 아플 지경이니, 어질더질(판소리 마지막에 하는 말로 북소리를 흉내 낸 소리).”

2009년 10월 10일 오후 10시 53분, 대전 대덕구 송촌동 대전시무형문화재전수회관. 고향임 명창(56)이 8시간 53분의 동초제 춘향가 완창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얼쑤” 등 축하 추임새가 물결처럼 객석으로 퍼져 나갔다. 그제야 기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보 2009년 10월 12일 A31면 52세 명창 춘향가 9시간 완창 ‘얼쑤’

고 명창은 2시간여 만에 한 번씩, 옷을 갈아입고 목을 축이기 위해 10분씩만 휴식을 가졌다. 자막 도움 없이 A4용지 80장의 춘향가 사설을 재현해 냈다. 그 사이 고수는 4명이나 바뀌었다. 고 명창은 그 이후 각각 3시간이 넘는 심청가와 흥부가, 수궁가를 완창했다. 올해 10월경에는 적벽가 완창에 도전한다. 이 같은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은 대명창의 조건 가운데 하나다.

날로 기량이 높아지는 그에게 최근 낭보가 날아들었다. 대전시는 동초제 판소리의 맥을 잇는 고 명창을 판소리 명창으로는 처음으로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는 “심사에서 고 명창이 지방문화재 지정의 중요한 요건인 ‘향토성’과 ‘계보성’을 충분한 갖췄고 지역에서 후학 양성 활동을 활발히 해 온 점을 평가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완창한 동초제 춘향가 완창은 명창들도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동초 김연수 명창(1907∼1974)이 여러 춘향가의 좋은 대목들을 두루 넣어 통상적으로 완창에 4∼6시간 걸리는 다른 춘향가들에 비해 엄청난 공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 명창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연극을 하다 20대 중반의 다소 늦은 나이에 판소리 인간문화재 오정숙 명창의 이수자가 됐다. 2000년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대상, 2006년 제32회 전주대사습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대통령상)을 차지했다. 2004년 목원대 한국음악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명창 반열에 올랐지만 지역의 작은 공연에도 빠짐없이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변에서 품격에 맞는 공연만 하라고 권유하지만 “판소리를 들어봐야 좋은 건지 알 것 아니냐. 판소리 보급에 도움이 된다면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고 명창은 “‘판소리 자갈밭’이라는 대전의 첫 문화재가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전은 물론이고 중국 옌볜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 등을 중심으로 판소리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고향임 명창#춘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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