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像像]“충성! 주꾸미 골목 길잡이로 명받았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용두동 식당가에 2009년 설치… 외국인 관광객에 안내판 역할
주꾸미가 보물건진 태안서도 신진도에 동상 건립 추진

‘거수경례’를 하는 주꾸미 동상이 귀엽게 보인다. 이 동상은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려웠던 ‘용두동 주꾸미 골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으며 이 지역 명물이 됐다. 동대문구 제공
‘거수경례’를 하는 주꾸미 동상이 귀엽게 보인다. 이 동상은 대로변에서는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려웠던 ‘용두동 주꾸미 골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으며 이 지역 명물이 됐다. 동대문구 제공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사거리에서 청량리역 방향으로 걷다보면 거수경례를 하며 반갑게 맞는 이가 있다. 사람이 아닌 ‘주꾸미’다. 높이가 230cm에 이르는 이 주꾸미 동상은 다리 8개 중 한 개를 거수경례를 하듯 눈 위에 붙이고 있다. 동상 받침대에는 ‘용두동 주꾸미 특화거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주꾸미 볶음으로 유명한 ‘용두동 주꾸미 골목’ 입구를 2009년 11월부터 지키는 주인공이다.

이 골목에는 1990년대 초부터 주꾸미 전문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주꾸미 골목의 원조인 나정순 할머니가 우연히 내놓은 주꾸미 볶음이 인기를 끌면서 골목이 형성됐다. 하지만 대로변에서 이 골목이 보이지 않아 모르고 지나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에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의회 이병윤 의원(새누리당)은 주꾸미 골목을 알리는 ‘용두동 주꾸미 특화거리 조성사업’의 하나로 4000만 원을 들여 동상 건립 계획을 세웠다. 이 의원은 “동상에 주꾸미 다리의 움직임을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거수경례하는 듯 다리 하나가 올라간 모양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주꾸미 동상이 일본 중국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골목 위치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용두동 임오네 주꾸미’의 주인 박춘자 씨(72·여)는 “‘주꾸미 동상이 있는 곳’이라고만 말해주면 사람들이 골목을 쉽게 찾아온다”며 “동상 앞을 지날 때마다 ‘고맙다’고 혼잣말을 한다”며 웃었다.

충남 태안에도 주꾸미 동상이 세워진다. 900년 전 보물을 건져낸 대한민국 일등공신 주꾸미를 ‘기리기’ 위한 동상이다. 2007년 태안군 안흥항 대섬 앞바다에서 통발 인양작업을 하던 어민이 주꾸미를 건져 올렸는데 이 주꾸미는 비색(翡色)이 감도는 대접을 빨판으로 단단히 움켜쥔 상태였다. 봄철 알을 낳은 주꾸미는 알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의 조개껍데기 등으로 산란지 입구를 막는데, 조개껍데기 대신 청자 대접을 사용한 것. 그 덕분에 고려청자 2만3000여 점과 목간 20여 점을 싣고 1131년 난파한 태안 보물선 발굴이 본격화됐다.

국립태안해양문화재연구소 건립 추진위원회는 내년 말 태안군 신진도에 준공될 연구소 입구에 고려청자에 주꾸미가 매달려 있는 모양의 동상을 세울 예정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용두동사거리#동대문구#주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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