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난동 미군, 출석연기 요청…車동승 2명은 오후 출석

미군 "부상으로 입원중이라 당장 조사받기 어려워"
車 용산기지 인근서 발견…車안에 뜯긴 번호판·혈흔·비비탄

4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2일 서울 도심에서 공기총을 쏘고 경찰관과 시민을 차로 치고 도주한 미군이 경찰에 출석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 차량을 운전한 D모 일병(23)이 경찰관이 발포한 유탄에 어깨를 다쳐 미8군 영내 병원에서 치료 중이어서 당장은 조사가 어렵다고 주한미군 측이 통보해왔다.

경찰은 앞으로 D일병에 대한 조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미군 측과 조율 중이다. 경찰은 D일병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가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일병의 왼쪽 어께에는 38구경 권총의 총탄이 박혀 있는 상태다. D일병이나 미군 의사 모두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수술을 해서 총탄을 확보하고 종류를 특정해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당일 도주 차량에 동승했던 2명은 4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미군 C모 하사(26) 부부는 이날 오후 2시 미 정부 대표부와 미군 범죄수사대(CID), 통역과 함께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미군들은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했지만, 범행과 관련한 여러 정황이나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55분께 용산구 문배동의 한 고가도로 아래에서 미군이 도주에 사용한 회색 옵티마 승용차를 발견해 감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차가 발견된 곳은 미군 용산기지에서 1km도 되지 않는 지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번호판이 뜯겨져 차 안에 숨겨져 있었고, 차 내부에서 혈흔이 발견돼 누구의 것인지 감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 내부에서 장난감 총기의 비비탄도 발견, 미군들이 시민들에게 비비탄 총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2일 오후 11시 53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미군이 시민에게 공기총을 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을 피해 차량을 타고 도주하던 이들은 이태원과 광진구 도로변 등에 주차된 차량 4대와 시민 2명 등을 들이받았다. 또 검거에 나선 용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임성묵 순경을 차로 친 뒤 달아났다.

이에 경찰은 미8군, CID와 협조해 D일병과 C하사 부부에게 4일 오전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경찰은 D일병 등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