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이화여대는 학위수여식의 들뜬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새 출발의 상기된 느낌이 가득한 교정을 뒤로하고 ‘2013 신나는 학부모대학-시즌 1’의 2번째 강의가 열리는 입학관홀에 들어섰다.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40분, 강의가 시작되는 10시 반까지는 50분이 남았지만 벌써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자리를 잡고 자료집을 꼼꼼히 훑어보고 있었다. 이날 강연은 빈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학부모들의 열기가 넘쳤다. 고교생 자녀와 함께 강연장을 찾은 경우도 있었고 강릉과 충남 예산에서 올라온 열혈 참석자들도 보였다.
‘2013 신나는 학부모 대학-시즌 1’을 찾은 학부모들은 자녀 학습지도와 입시준비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을까.
“입학사정관전형은 화려한 비교과 활동 필요한 줄 알았죠”
학부모들이 입학사정관전형에 대해 많이 오해하는 내용 중 하나는 비교과 실적이 화려해야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3과 중1 남매를 둔 홍순주 씨(46·강릉시 포남동)도 그랬다.
홍 씨의 고3 딸은 고교에 올라와 건강문제 때문에 1년을 쉬어야 했다. 건강 때문에 남들처럼 활발한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수시모집 전형은 포기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을 토대로 정시모집 전형에 집중하기로 한 것.
하지만 홍 씨는 이번 강의를 토대로 생각을 바꿨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크게 역경극복형, 진로탐색형, 학교생활충실형의 3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딸은 역경극복형 전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역경극복형 전형은 환경적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이겨내고 그 결과에 대한 실제적 성과물이 있다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홍 씨는 “딸이 복학할 때 적응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먼저 상대방에게 다가서지 않는 성격 때문에 나이 어린 동급생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했었다”며 “하지만 걱정과 달리 자신이 먼저 다가가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또래상담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 1년의 시간이 아이를 성숙하게 만들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어 “신나는 학부모대학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이 과정 자체가 역경극복형 전형의 경쟁력 있는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내신 불리한 아들, 진로적성탐색형 전형이 딱이네요”
이날 강연에는 모자(母子)가 함께 자리한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 강명희 씨(경기 김포시)는 고2에 올라가는 아들과 함께 강연장을 찾았다.
강 씨는 “많은 설명회를 다녔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자녀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부족해지더라”면서 “자녀와 함께 강의를 듣다보면 부모를 통해 전달할 때보다 받아들이는 자세가 달라져서 좋다”고 말했다.
강 씨 가족이 거주하는 김포시는 비평준화 지역이므로 고교입시에서 학생부 내신성적 관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이 점이 항상 강 씨 모자의 고민거리였다. 학생부 내신성적이 안 좋다 보니 수시전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다고.
하지만 입학사정관전형 중 진로적성탐색형 전형에 대해 알게 되면서 희망이 생겼다. 이 전형은 자신이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해 관련 활동을 쌓아가는 것. 서강대 자기추천전형, KU 자기추천전형 등이 대표적이다.
강 씨는 “지금부터라도 진로적성탐색형 전형을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 에듀팟과 독서교육지원시스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ICE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비교과 실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씨가 이 같은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한상범 한양대 사회교육원 주임교수가 강조한 기록의 중요성 때문이다. 진로적성탐색형 전형은 어려서부터 자신이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읽은 각종 도서의 독후감상문과 관련된 체험활동, 다양한 대회 출전 등의 실적을 쌓는 일이 필요한데, 이들 시스템을 활용하면 자료가 분실될 염려가 없고 입학사정관전형의 기본서류가 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쉽게 연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 전형의 환상을 깰 수 있었죠”
김화연 씨(27·충남 예산)는 고2가 되는 동생을 위해 충남에서 올라왔다. 농어촌특별전형으로 응시가 가능한 지역. 이 전형을 이용하면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학입시를 쉽게 여기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고.
김 씨의 동생도 그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김 씨가 전달하는 입시정보를 토대로 대학입시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는 자신의 학습법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김 씨의 동생은 오답노트의 필요성을 알지만 작성을 귀찮아했었다고. 때로는 오답정리가 싫어 문항을 통째로 외워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김 씨가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이 조언한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니 그 필요성을 깨닫고 오답노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준 신나는 학부모대학에 감사하다”며 “지방에 있어 입시정보가 부족했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얻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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