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저주받은 영혼’이라고 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 지금 벌을 받는다고 여겼다. 입술이 갈라진 언청이(구순구개열)로 태어나 23년을 살아온 미얀마 여성 나에포투 씨 얘기다.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다. 그의 부모도 기형으로 태어난 딸을 세상에 내놓기를 꺼렸다. 불교가 국교인 미얀마에 뿌리 깊은 윤회 사상도 그를 옥죄었다. ‘기형은 형벌’이라고 여기는 인식 탓에 정상적인 학창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랬던 나에포투 씨에게 새 삶이 열렸다. 지난달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날아온 의사들이 무료로 ‘언청이 수술’을 해 줬다. 멀리서는 흉터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입술의 상처가 아물자 마음의 상처 역시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나에포투 씨는 한국 의료진을 향해 “고맙습니다. 이제야 저주가 풀렸습니다”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고려대병원이 나에포투 씨와 같은 아픔을 지닌 미얀마 구순구개열 환자 1000명을 올해부터 5년 동안 무료로 수술하기로 했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연휴에 했던 현지 무료 수술을 병원 차원의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시킨 셈이다. 국내 의료봉사단체인 GIC(Global Imaging Care)가 동참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1000명 수술을 목표로 하는 해외 의료봉사는 고려대병원이 처음이다. 박승하 고려대안암병원장은 “그동안 한국의 의료봉사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속가능한 의료지원을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에는 성인이 될 때까지 수술 받지 못한 환자가 많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의료수준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얀마를 통틀어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1명뿐이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의료 봉사에 관심이 많은 고려대병원의 박철 성형외과 교수, 박관태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원정 수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유다.
원정 수술은 단순 의료 봉사와는 다르다. 한 개의 수술실을 꾸리려면 외과 의사 2, 3명과 마취과 의사, 간호사, 약사가 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진료 일정이 빡빡해 명절 연휴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지난달 설연휴에도 의료진이 연휴를 반납하고 4박 5일 동안 미얀마에 머물며 40명 정도를 수술했다.
난관이 있기는 하다. 미얀마의 의료실태는 한국의 1960년대 수준. 수술을 하는 양곤 KBC병원의 전압이 고르지 않아 모니터가 자주 꺼지는 등 위기 상황도 있었다. 박 원장은 “배우 한혜진 씨 등 후원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의 도움 없이 계획을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후원을 부탁했다. :: 구순구개열 ::
입술(구순·口脣)이나 입천장(구개·口蓋)이 갈라지는(裂) 질병이다. 대부분 선천성이지만 300여만 원이 드는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보통 입술은 생후 100일, 입천장은 생후 1년 즈음에 수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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