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노인 10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병, 뭔지 아십니까? 바로 치맵니다. 주위 어르신 가운데 나도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분들, 많으십니다.
(여) 노인들의 이런 두려움과 걱정을 잇속 챙기기에 이용하는 의사들이 있다고 합니다. 배한수 PD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시 구로구 치매지원센터.
여든 둘의 김 할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씩 이곳을 찾아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해 작업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김 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 것은 지난 봄.
상태는 급속하게 나빠졌고, 잃어버린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치매환자 보호자 집사람 같은 경우는 자다가 슬리퍼 신고 잠옷 바람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때 잠이 안 깼으면 엘리베이터 타고 나가버렸으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거든.
현대 의학으로는 뚜렷한 예방법도 없고 완치도 불가능한 질병. 뇌기능이 퇴화돼 끝내는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는 치매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입니다. - 인터뷰 / 치매환자 보호자 무서워하는 병이 치매, 치매지. 암 같은 건 그래도 수술해서 낫는다는 보장이 있잖아요. 이건 낫는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지난 해 치매 환자는 53만명, 치료비용은 8100억원에 달했습니다. 2030년에는 환자 수가 무려 1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노인이 대부분인 농촌 마을. 의료 체계와 지원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시골 노인들에게 치매는 더욱 두려운 질병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시골 마을을 중심으로
이른바 치매예방주사라는 것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 인터뷰 어머님은 (치매예방주사를) 몇 번이나 맞으셨어요? 열 번. 치매 안 걸린다고 해서 그냥 맞았어
- 인터뷰 그냥 계속 다니는 병원이니까 가서 맞았지. 의사가 권유해서 (맞았어요)? 병원에 가니까 의사가 얘기해주지
치매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병원을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 녹취 / 간호사 여기서도 치매예방주사 놓나요? 네
간단한 상담 후, 의사는 치매예방주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 녹취 / 의사 치매예방주사가 뭐냐면 혈관성 치매가 오는 것을 막아 주는 거예요.
머리가 깔끔해진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한두 번 맞아서 효과가 있겠어요. 열 번 이상은 맞아야지.
주사약의 가격은 3만원.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냐는 질문에는 뇌에 좋기 때문에 여러 번 맞을수록 도움이 된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 녹취 / 의사 맞으면 맞을수록 좋은 건가요?
내 생각은 많이 맞아서 나쁠 것은 없어. 그러니까 약이 명약이고 약이 비싸지.
또 다른 병원. 입구에는 치매예방을 홍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 녹취 / 의사 치매예방법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먹는 약도 있어요. 먹는 약도 있고 한데 주사가 좀 더 빠르죠. 약도 같이 드시면 낫거든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사약의 성분은 과연 무엇일까?
- 녹취 / 의사 무슨 약이에요? 타나민이라고 그 주사가 머리 쪽으로 가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거든요.
혈액순환 개선제의 한 종류인 타나민. 한 의학연구 결과, 치매 전단계 환자 5천명을 대상으로 매일 240mg씩 5년간 이 약을 복용 시켰지만 치매예방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정인과 / 고대구로병원 정신과 치매에 궁극적인 예방 약 자체는 현재 나온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치매가 있을 때 그것을 치매가 진행하는 것을 조금 경과를 느리게 해 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입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또 다른 병원. 이곳에서는 주사가 아닌 치매예방약을 처방해 줍니다. 이 또한 모두 혈액순환 개선제 또는 치매치료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들을 과량 투여하거나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합니다.
- 김희진 / 한양대학병원 신경과 타나민 같은 경우 (부작용으로) 어지럼증 두통 같은 걸 일으킬 수 있습니다.그리고 아세틸콜린 같은 경우에는 구갈, 성격변화, 불안증 같은 것도 유발할 수가 있고, 확실한 증거 없이 어떠한 약을 많이 투여하는 것은 노인 환자분들 치료할 때 주의해야 하는 거거든요. 노인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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