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입주를 앞둔 이모 씨(43)는 꿈에 그리던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입주하면 초등학생인 첫째를 콩나물시루 교실에 보내야 한다. 곧 전학을 가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와 셋째를 보내야 할 어린이집의 정원은 보육 수요의 10%에 불과해 멀리 장지지구까지 아이를 보내야 할 판이다. 이 씨는 “다자녀 가구에게 가점까지 주면서 분양하더니 정작 아이들을 키울 환경은 턱없이 부실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학생 수 예측 실패로 초등학교와 보육시설이 적게 들어서 주민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입주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시행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어 학부모들만 애가 타고 있다.
올해 8, 11단지 2949채가 입주하는 위례신도시에는 내년 3월 8단지와 11단지 사이에 47학급 1645명을 수용하는 초등학교가 신설될 예정이다. 학급당 인원이 35명으로 서울시내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인원수(26.7명)보다 훨씬 많은 과밀학급이다. 여기에 2016년 인근 10단지 2648채의 입주가 시작돼 학생이 급증해도 이 초등학교는 포화상태여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다.
강동교육지원청은 학구(學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10단지가 입주하면 9단지에 개교하는 신설 학교에 8단지 학생들을 전학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8단지 학생은 2년 만에 전학을 해야 하고 9단지 학교로 가려면 4차선 도로를 두 번 건너고, 노면전차 철길을 넘어야 하는 등 위험하다며 입주 예정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영·유아 보육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8, 11단지 영·유아는 1163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육시설 정원은 118명에 불과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건설기준 등에 대한 규정’의 최소 수준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 용지에 400여 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추가하는 방안을 LH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사업계획 당시 학생과 영·유아 수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보금자리주택 청약제도에 따라 다자녀 가구와 신혼부부에게 특별 공급된 경우가 많아 자녀 수가 늘어났지만 이를 공급계획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입주예정자들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8단지 입주예정자 김영환 씨는 “교육청은 무조건 전학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10단지에 초등학교를 추가하거나 통학로 안전대책이 포함된 통학구역 조정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위례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평뉴타운과 광교신도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은평뉴타운에서는 단지 내에 설립한 초등학교가 수요 예측 실패로 개교 석 달 만에 교실을 증축하기도 했다. 광교신도시도 학교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광교신도시에는 2015년까지 오피스텔 4500여 실이 들어서 1만 명이 추가로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교 공급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는 오피스텔을 주거용이 아닌 업무용으로만 보고 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 올해 신학기에 개교한 광교 에듀타운 신풍초등학교는 현재 아파트 입주율이 85%인데 당초 예상했던 30여 학급을 훨씬 넘어 42학급이 됐다. 인근 임대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교실 부족난에 봉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에 위례신도시 대책을 요구했는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서울교육희망 공동선언에서 한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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