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8시 50분경 경북 구미시 공단동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내 화공약품 제조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염소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색의 자극적 냄새가 나는 염소는 살균제나 표백제 원료로 쓰인다. 독성이 강해 적은 양이라도 사람 피부에 닿으면 살이 짓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이 흡입하면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난 오전 10시 50분부터 11시 20분까지 공장과 밖 경계지점 4곳에서 염소를 측정했으나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구미시에 따르면 사고는 공장 직원 서모 씨(35)가 지하 탱크로리(20t)에 들어 있는 액체 상태의 염소를 빼내 중화시설로 옮기는 과정에서 송풍기가 갑자기 멈춰 역류하면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누출된 액체 염소는 1L 정도였으나 공기와 만나 기화되는 과정에서 가스로 팽창해 400L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관계자는 “이 가운데 50L 정도가 외부로 유출됐고 나머지는 정화시설을 거쳐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서 씨가 가스를 들이마셔 호흡곤란 증세로 구미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서 씨가 대화를 나누는 등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이런 사고가 많지 않아 계속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공장 직원과 주민 160여 명도 비슷한 증세를 보여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구미케미칼 측은 오전 9시 3분 밸브를 차단해 추가 누출을 막고 10시 10분 송풍기를 수리해 사고를 수습했다. 그러나 기체로 변한 염소 가스가 퍼져 나가 인근 공장 근로자와 주민 4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 반경 500m의 교통을 전면 통제한 뒤 사고 발생 2시간 반이 지나서야 해제했다.
2005년 설립된 구미케미칼은 연면적 380m²(약 110평) 규모에 직원이 9명인 중소기업이다. 최근 6개월간 구미산업단지에서는 3건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 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구미산단에 대한 특별관리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대구환경청과 구미시, 한국산업단지공단은 구미산단 1∼5공단 내 화학물질 취급 실태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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