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서울대-충남대, 세종시 의료 주도권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세종시, 서울대병원과 의료기관위탁운영 협약
충남대 세종병원 30억들여 행정도시에 18일 개원

유한식 세종시장(왼쪽)과 정의원 서울대병원장이 4일 서울대병원 대한의원 회의실에서 ‘세종시립 의료기관 위탁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세종시 제공
유한식 세종시장(왼쪽)과 정의원 서울대병원장이 4일 서울대병원 대한의원 회의실에서 ‘세종시립 의료기관 위탁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세종시 제공
서울대병원과 충남대병원 가운데 누가 세종시의 의료 주도권을 쥘까. 세종시가 최근 시립 의원을 세워 서울대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충남대병원은 세종시에 진료 시설 진출을 서두르면서 세종시 의료 주도권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 서울대 VS 충남대

세종시는 4일 서울대병원에서 ‘세종시 시립 의료기관 위탁 및 수탁 운영’ 협약을 맺었다. 이 의료기관은 세종시 조치원읍 평리의 옛 연기도서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6월 개원한다. 연건축면적 439m² 규모(지상 2층, 지하 1층)의 의원급으로 응급의학과와 내과 등 5개 진료과가 설치된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을 맡아 교수급 의료진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세종시는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본원과 거리가 먼 점을 감안해 인근 병원들과의 협진으로 충분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식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서울대병원 진료시설을 유치해 세종시 주민과 이전 공무원은 물론이고 충청지역민에게도 의료 혜택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이 병원은 한발 앞서 30억 원을 들여 세종시 행정도시건설청 터에 특별진료센터 역할을 하는 충남대 세종병원을 18일 개원할 예정이다. 이 시설은 2015년까지 세종시에 문을 열 충남대병원 제2병원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두 병원 간의 주도권 경쟁은 내부적으로는 세종시와 충남대병원의 갈등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지난해 서울대의 긴급 진료시설(응급의료센터)을 유치하려다 국회에서 국비 45억 원(세종시와 서울대병원 투자액을 합하면 총예산은 150억 원) 통과가 무산되자 충남대병원의 국회로비 때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의료시설의 유치를 관철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서울대병원 유치 추진위’를 발족해 유치에 나섰다.

○ 의료서비스 질이 우선돼야

서울대병원 의료시설 유치 여부를 놓고 주민과 의료계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유 시장이 ‘서울대병원 유치’라는 홍보 효과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미 제2병원과 위탁의료기관을 운영해 여력이 없는 서울대병원이 세종시립 의원을 위탁관리한다고 하더라도 고급 의료진을 대거 파견하기 어렵고 별도의 병원 설립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세종시에 병원을 설립하려해도 지역 국립대만 응급의료센터를 둘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쉽지 않다”며 “위탁 운영할 시립 병원도 서울대병원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대병원도 거점 국립대라는 점을 내세워 의료 주도권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대병원은 “세종시에 의료시설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민들에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한 의료 관계자는 “수도권의 유명 병원이 세종시에 진출해 이를 거점으로 충청권의 의료시장을 잠식할 것을 충남대병원이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도 너무 서두르는 양상이다. 시립병원의 위탁 협약까지 맺었지만 아직 병원 규모도 확정하지 못했고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조차 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 벤처기업 대표는 “과거 수도권의 대형 병원이 대전으로 진출하려다 지역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주민들이 원하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서울대병원#충남대병원#의료 주도권#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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