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늘어”… ‘삶의 질 향상’ 노사 모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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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 현대차 밤샘근무 폐지이후

“시범 실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인지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근무형태가 주야 2교대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뀐 지 3일이 지난 6일 오후 3시 반경 1조 근무를 마치고 울산공장 명촌 정문을 통해 퇴근한 근로자들의 반응이다.

주변 상가도 상권 변화를 예견했기 때문에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현대차가 창사 46년 만에 노사 합의로 실시한 근무형태 변경이 빠르게 정착되는 분위기다.

○ “퇴근 후 여가 즐겨요”

이날 오후 엑센트 등을 생산하는 1공장에 근무하는 김모 씨(45) 등 3명은 승용차에 함께 타고 근처 명촌동의 스크린골프장으로 향했다. 김 씨는 “주야 2교대 근무 때는 퇴근하면 대부분 동료와 함께 식당에서 술을 곁들여 허기를 채웠다”며 “이젠 1조 근무가 대낮에 끝나기 때문에 술을 마시기보다는 스크린골프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현대차 직원들을 겨냥해 당구장과 탁구장 등 레저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스크린골프장 등 여가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이 일대 준주거지역 땅값은 3.3m²당 1000만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 정도 올랐다.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울산에서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4일부터 본격 실시된 현대차의 주간 연속 2교대제의 근무시간은 1조가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3시 반까지, 2조가 오후 3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 이 때문에 대낮에 퇴근하는 1조 근로자들은 대부분 식당이나 술집보다는 여가시설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가 주간 연속 2교대제 시범 실시(1월 7∼18일)를 마친 뒤 생산직 근로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근 후 시간 활용 계획에 대해 90% 이상이 ‘다양한 여가생활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울산의 등산과 낚시 골프 등 레저업계는 현대차의 근무형태 변경이 매출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문닫는 식당 늘어

이날 낮 12시 반경 명촌동의 한 돼지국밥집. 테이블 30여 개 가운데 손님이 앉아 있는 곳은 두 개에 불과했다. 바로 옆 중국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식당 종업원은 “현대차가 주야 2교대 근무할 때는 점심시간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근무 형태가 바뀐 뒤로는 현대차 직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일대 식당은 근무형태 변경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 씨(52)는 “현대차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실시한 직후인 1월 하순부터 점포를 매물로 내놓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식당이 많다”고 말했다.

식당이 타격을 받게 된 원인은 회사 측이 근로자들에게 하루 3끼를 모두 제공하기 때문. 노사 합의에 따라 회사 측은 종전보다 1시간 10분 빨리 근무하는 1조 근로자들에게 아침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또 2조 근로자들에게는 저녁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점심 식사 시간이 종전에는 1시간(낮 12시∼오후 1시)이었지만, 지금은 40분(오전 10시 50분∼11시 반)으로 줄어 ‘외식’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 주말특근 임금 협의 계속

현대차의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대해 노사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회사 측은 “밤샘근무가 사라지고 근로시간이 단축됨으로써 근로자들은 여가생활과 건강증진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사는 주말 특별근무(특근)에 따른 임금 할증률 지급 방식에 대한 협의는 계속하고 있다. 울산대 정책대학원 이달희 교수는 “현대·기아자동차 노사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성과 임금 손실 없이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자동차#밤샘근무 폐지#여가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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